몇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
좋아하는 유투버 중 한 명인 로지아나는 오랜 기간에 거쳐 레시피 책 한권에 나오는 요리들을 해보는 시리즈를 만들었다. 요리를 하면서 로지아나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요리의 기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을 위한 식생활을 위해 시작한 이 시리즈에서 로지아나는 오히려 요리 자체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단점을 짚어보기도 하며 자신의 불안감과 우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로지아나는 이 시리즈의 제목을 'Backburner'이라고 지었다. 자신을 위해 다른 계획들을 조금 미뤄두고 요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리를 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 32개의 에피소드를 4번 돌려봤고 17가지의 음식을 했으며 21편의 글을 썼다. 한 음식 당 적어도 3가지의 레시피들을 찾아봤으며 3번에서 4번 레시피들을 정리해 나만의 요리를 만들었다. 수많은 요리 영상들을 봤고 레시피들을 읽었다. 딱 22개월의 시간을 들여 에피소드들을 돌려 보고 요리를 하고 글을 썼다. 주기적으로 쓴 글도 아니었고 항상 기분 좋게 만들었던 음식들도 아니었지만 그 끝에서 그래도 뭔가를 끝냈다는 성공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쉬의 인생이 새로운 국면들을 맞이했듯 나의 삶에도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났고 잦은 슬픔과 몇 번의 행복이 찾아왔다.
브런치에 시작한 Please Like Me의 요리 글들은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무언가를 바라지도, 그 끝에 어떠한 결과를 원하지도 않았던 이 작은 프로젝트 속에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요리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내 삶이 요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로지아나의 Backburner 시리즈 중 The Middle Eastern Vegetarian Cookbook에서 로지아나는 자신의 삶 속에 수많은 가능성이 있었고 햇볕이 비추는 기쁨이 있었지만 막상 그 과정을 겪고 있던 시간에는 그 가능성과 기쁨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한다. 미국에 사는 영국인인 로지아나는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요리로 극복하려고 하기도 한다. 나 역시 Please Like Me 시리즈를 쓰는 동안의 반 이상을 타지에서 보내면서 그 빈 시간들을 요리와 글로 채우려고 했다. 항상 그 계획이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많은 시간을 텅 빈 모니터를 보며 어떤 글을, 어떤 요리를 해야할까 생각하면서 보냈기 때문이다. 타지에서는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하지 못했다. 집에는 한 개의 인덕션이 끝이었고 오븐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써야했다. 그래도 그 동안 처음으로 스웨덴 미트볼을 만들어 봤고 전자레인지로 땅콩버터 케익을 만들어보기도 했으며 여러 종류의 초콜릿 칩 쿠키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든 요리들을 항상 성공하지는 못했다. 잦은 실패가 있었고 많은 재료들을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요리들을 하는 와중에 Please Like Me 속 요리들은 집에 돌아오는 몇 번의 휴가 기간 동안에만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익숙한 주방과 재료들, 그리고 나의 조리 도구들로 요리를 할 때 가장 쉽게 요리를 할 수 있었고 실패작이 나와도 다음 요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다음 요리는 꼭 성공해야지, 다음 요리는 조금 더 깊게 공부를 해봐야지.
요리를 하고 Please Like Me를 다시 보는 동안 요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비록 혼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 혼자 요리를 하는 순간들 속에서도 결국 이 음식들을 나눠 먹게 된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하도록 했다. 내가 만든 요리들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기쁜 일이라고, 비록 만드는 과정이 외롭고 힘들지 몰라도 잘만 만들면 그걸 먹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실패라고 정한 음식은 아무리 남들이 맛있게 먹어도 성공으로 바뀔 수 없었다.
22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여러 번의 실패를 겪었다. 음식을 만들 때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수많은 지원서를 냈고 거절을 당했으며 수차례 면접을 보고 탈락했다. 여러번의 시험을 봤고 시험을 보기 위해 여러 차례 여행을 했다. 교환학생 시절 이후 처음으로 타지에서 혼자 생활을 했고 첫 직장을 얻었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은 더이상 집이 아니었다. 그후 또다시 수많은 지원서를 내고 수많은 면접을 보고 많은 시간들을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보냈다. 몇 개월 후 다시 직장을 얻었지만 그 직장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다시 한 챕터와 그 다음 챕터에 갇힌 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에 시작한 이 요리가 또다시 불안정한 시기에 끝을 맺게 된 것이다. 그리고 Please Like Me는 아직도 나의 넷플릭스의 이어보기 리스트에 존재한다.
아직도 내가 왜 Please Like Me의 많은 에피소드들 중 포르투칼 에그 타르트로 이야기의 시작을 끊게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내릴 수 없다. 아마 내가 그때 쓴 글대로 퍼프 페이스트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개의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만들면서 가장 행복했던 음식이 이 포르투칼 에그 타르트였다는 점은 확실하다. 새로운 요리를 해봤고 첫 시작이었으며 아직 희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찬 바람이 부는 3월의 봄이었고 집의 창문들을 열어놨었다. 나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부엌의 카운터를 닦고 또 닦아 깨끗하게 준비하고 그 위에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놓고 타르트지를 만들었다. 그 후 그 카운터가 그렇게 깨끗했던 날은 또 오지 않았다.
로지아나의 Backburner 중 <The Middle Eastern Vegetarian Cook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