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의 가을, 겨울, 봄, 여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며 다시 요리를 할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빴고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서 주말마다 최대한 시간을 내 요리를 해보고 베이킹도 해봤지만 나를 채찍질하느라 바빴을 뿐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딱히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된 적이 없었다.
집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베이킹을 하다가 지쳐서 스스로 떨어져나가게 되었고 그 후에는 아예 베이킹이든 요리든 할 생각이 없이, 영화를 보지도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몇 달을 흐르게 두었다. 그 시간들에 나는 하루에 4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사용했고 똑같은 시간을 잠 자는 데 사용했다. 그 외의 시간들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일 생각을 하고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웹툰을 보며 지냈다. 그리고 최근에 가끔의 행복한 시간과 대부분의 지긋했던 날들을 주었던 회사를 그만 두었고 내가 원하는 한 모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여유롭게 쉬고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영화를 생각하면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른다. 두 계절씩 나눠 개봉했던 원작과 달리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을 한 영화에 담았다. 과거의 엄마를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혜원을 보며 나도 잠시 숨을 돌리고자 한다. 마침 최근에 서울에서 떠나 조금은 더 조용한 동네로 이사를 왔고 내 손 안에 시간도 더 많이 생겼으니까.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겨울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났지만 나는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서 시작해볼까 한다. 영화 속 혜원이 해 먹었던 음식을 요리해보기도 하고 혜원이 사용했던 재료들로 나만의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