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영원했던 내가, 10년이 된 날

3,650일 중,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다.

by 구름 위 기록자

“너 이번 햇수로 얼마나 일했지?”

엄마가 물었다.

“글쎄, 올해로 10년이네?”
별일 아닌 듯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벌써 10년이나 되었구나.’

물론 나보다 훨씬 오래 일한 선배님들도 많지만,
‘꼭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
두 자릿수가 되었다는 건 내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 트레이닝을 마치고 비행을 시작했을 때,
같은 캐빈에서 일하던 동료에게 물었다.

“너는 얼마나 일했어?”

“3달쯤 되었어.”

고작 세 달 먼저 시작했을 뿐인데,
그녀는 모든 걸 다 아는 듯 보였다.

나는 어느 컨테이너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매번 헷갈렸는데,
그녀는 마치 마술사처럼 척척 해냈다.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언제쯤이면 나도 너처럼 익숙해질까?”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3개월 정도면 대부분 다 알게 될 거야.”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마음속으로 혼잣말했다.

‘내 3개월은 언제쯤 빨리 흘러가 줄까?’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자신감 있어 보였고,


나는 그 3개월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내가 지금, 10년이라니.

그때의 내 마음을 지금도 기억하는 나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참 특별하다.

그동안 회사는 나에게
희로애락을, 그리고 인생을 알려주었다.

회사 가기 싫어 일부러 병가를 냈던 날도 있었고,
좋은 동료, 좋은 승객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날도 있었다.
화장실에 숨어 펑펑 울던 날도 있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덧 3,650일이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하늘 위에서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3,650일 중,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그 날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의 젊음을 기억하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남긴다.



평범하지만, 늘 특별한 나의 비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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