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를 흔든 날이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내 생각과 일기, 일상등을 옮기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첫 구독자 알림이 떴을 때는 그저 기뻤다.
그 한 명의 독자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자 수와 좋아요, 방문 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그 숫자가 내 글의 진정성과 퀄리티를 대변하는 듯 느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언제부턴가 모두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부담이 자리 잡았다.
어느 날, 구독자 한 명이 구독을 취소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곧장 내 글 때문일 거라 자책했다.
단단해지고 싶어 쓴 글이 오히려 나를 흔들고 있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구독자 수가 로켓처럼 치솟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고,
그만큼 내 자신감은 가라앉았다.
그러다 문득, 처음 구독자가 생겼을 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 한 명만으로도 기뻐하던 나.
나의 에필로그를 읽고, 내 글을 기다려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던 나.
그 이후 달린 댓글 하나하나는 마음을 들뜨게 했다.
수요일마다 발행되는 글, 그리고 틈틈이 올린 이야기들을 읽고 남겨준 댓글들은 하루의 힘이 되었다.
글이 누군가의 하루 한 장면을 바꾸고, 나의 하루를 밝히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브런치의 한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많은 구독자를 가진 그 작가님도 구독자 수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
작가님 역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의 존재에 감사하며,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글을 쓰고 연마하겠다고 했다.
맞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내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나의 직업에 관한 재미있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매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내가 구독자 수에 마음이 쓰이는 건,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이 내 자식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일기장 구석에만 남겨질 뻔한 이야기를 누군가 함께 읽어주고,
그 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일인가.
이 글을 빌려 내 글을 읽어주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
나는 이제 숫자로 나를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바보 같은 이유로 스스로를 지옥에 가두지 않으려 한다.
숫자는 사라져도, 마음을 움직인 순간은 내 안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순간을 위해, 나는 계속 쓴다. 그게 내 일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