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 - 3악장 아다지오

by 구름 위 기록자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나는 헤드폰을 꺼내 든다.
북적이는 카페 한가운데서도, 클래식이 흐르는 순간 세상은 고요해진다.

그날도 그랬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이 흘러나왔다.


나는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한다.
그의 음악은 비현실적인 낭만에만 기댄 게 아니다.
러시아의 겨울처럼 차갑다가도, 눈송이가 흩날리는 고요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함께 담는다.
그래서인지 한국적인 정서와도 유난히 잘 어울린다.


그의 곡에는 “내가 기교를 부려야지”라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체격과 손에서 흘러나온 힘과 서정이 그대로 배어 있을 뿐.
실황으로 들었을 때, 첫 음이 홀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나는 숨조차 고요해졌다.


특히 내가 아끼는 곡은 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다.
어떻게 이런 멜로디가 가능할까.
교향곡 1번 실패와 우울증을 극복한 뒤, 그가 흘려낸 서정의 결실.
누군가는 “설탕과 꿀로 뒤덮인 음악”이라고 비판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을 얻는다.
상처를 안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달콤하지만 슬픈 위로이기에.


유튜브 댓글에서 본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This symphony is the soundtrack to my life.”
나 역시 이 곡을 들으며, 10년 뒤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잘 살아왔어.”
그 다정한 위로를 건네기 위해, 지금도 나는 이 음악을 곁에 두고 있다.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여름 바람 부는 창가에서도,
넓은 바다와 잔잔한 호수에서도
라흐마니노프는 언제나 내 삶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에서 외친다.

Bravo!


https://youtu.be/ulCn9LokbTY?si=0EAhmSRh6iNVxF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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