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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은 귀에서 시작된다.

by 구름 위 기록자

들을수록 깊어진다.


나는 유튜브 채널 <책과 삶>을 즐겨본다.

구독을 해두었기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빠짐없이 챙겨 본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문학적 지식, 심리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어

내 일상 속 ‘밥친구’ 같은 존재다.


이 채널을 좋아하는 이유는 콘텐츠의 높은 퀄리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진행자인 김재원 아나운서 때문이다.


김재원 아나운서는 대중에게 전현무, 김성주 같은

아나운서들만큼 친숙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KBS의 대표 아침 프로그램

<아침마당>을 12년간 이끌며 이미 입지를 다졌다.

이후 <책과 삶>에서 작가와 전문가들을 만나며 다시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나는 아침마당을 열심히 본 세대가 아니라

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과 삶>을 보면서 곧 깨달았다.

그가 왜 오랜 시간 장수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설 수 있었는지를.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경청의 태도다.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만큼이나,

그는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

단순히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깊이 받아들이고 다시 되묻는다.

그 과정에서 게스트는 편안히 마음을 열고,

인터뷰의 흐름은 늘 한층 자연스럽게 무르익는다.


좋은 인터뷰는 단지 게스트의 유명세나

화려한 언변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경청이야말로 상대를 이해하게 하고,

결국 똑똑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내가 이 영상을 보며 가장 크게 배운 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손님들의 요구를 듣는 순간,

때로는 대답보다 ‘잘 들어주는 태도’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어떤 승객은 긴 설명 끝에 “고맙다, 들어줘서”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말하는 이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느낄 때, 이미 절반은 위로가 된다.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라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데 집중한다.

나 역시 글을 쓰며,

또 SNS를 하며 그런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가끔은 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줄 때,

오히려 내 생각이 더 깊어지고 성숙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들을수록 깊어지고 익어가는 생각.

그것이 내가 <책과 삶>을 즐겨보며 얻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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