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영어실력 향상 비법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최소한 이러한 조언은 드릴 수 있어요

by 바로코

* 커버 이미지 출처: Image by Tumisu from Pixabay




미국에 거주한 지도 벌써 18년이 넘었다. 한국에서는 나름 준비한다는 샘치고 소속 대학의 어학교육원도 다녔고 소속 교회의 영어로만 드리는 외국인 예배에도 꾸준히 참석했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건너오니, "저 어지러워요" "컵 주세요"라는 간단한 말조차 구사하지 못하여 항상 통역관을 대동했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이런저런 사정상 음악 대학원을 진학한다던가 새로운 학부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가질 수 없었다. 대신 들어가기도 부담 없고 학비 걱정도 없는 평생교육원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슨 분야를 공부하면 좋을지 몰라 리서치하며 투자했던 세월만 해도 사실 상당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분야는 글쓰기였는데 이것도 creative writing이 아닌 비문학 과정이었다.


수업은 모두 다 virtual로 이루어졌다. 참고로 시기는 몇 년 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게 세상에 나올 거라는 상상조차 전혀 하지 않았던 2016년이었다. 분야 특성상 대면 수업은 전혀 필요 없었고 이미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또 시험들도 치렀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은 Technical Writing 과정이었는데, 처음 커리큘럼을 본 순간 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과연 이걸 잘 해내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부터 앞섰지만 차근차근 기도하며 나름 성실히 모든 공부 과정을 수행했고, 결국 마지막 최종 레포트 같은 것도 잘 작성하고 제출하여 결국 90점 대가 넘는 평점평균점수를 받아 잘 마무리했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먹고사는 일은 이미 해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막상 이것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대신 어느 순간부터 이전에는 안 들리던 영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화 영어라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약국, 병원, 소셜 오피스 등 내가 직접 부딪혀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이 당장 눈앞에 닥치게 되니 전화로 무언가를 알아보거나 해결하는 횟수들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화상에서도 통역관을 불렀던 예전과는 완전 딴판이 된 것이다. 하지만 듣기는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있어서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skill 중 하나이다.


스피킹도 아직 그리 썩 좋지는 못하다. 대신 남들이 어려워하는 글쓰기는 어떠한 언어로든지 강한 편인데 이것 덕분에 브런치 작가도 될 수 있었다.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하다는 것인데 똑같은 문장을 놓고 봐도 글쓰기를 하게 되면 생각하면서 쓰니까 문법적으로도 덜 틀리게 되는데 말을 하면 실수가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린다. 그래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전보다는 당당하게 말을 한다.


이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나만의 비법이 하나 있긴 있다. 그건 바로 하루 24시간을 영어로만 노출시키기이다. 이건 당신이 한국에 있든 유럽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강조한 건데 뭐가 대단하냐고 하실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내가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당신이 하루 종일 쓰고 있는 디바이스의 설정 언어는 무슨 언어로 되어있는가?


그럼 아마도 80 내지 90 퍼센트는 한국어일 거라 장담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당장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앞서 나는 평생교육원을 2016년에 시작했다고 했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길어봤자 5개월 만에 끝냈던 걸로 안다.


갑자기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윈도 10이 2015년 7월에 나왔고 한 달 뒤 아버지께서 윈도 10 랩탑을 나에게 선물로 사주셨다. 그리고 훨씬 더 이전에는 눈이 나쁘다고 첫 스마트폰을 갤럭시 노트 2로 하였다. 그런데 이미 이때부터 나는 깨달았다. 한국어를 아무 무리 없이 구사하는데 굳이 한국어로 쓸 필요 있을까? 그래서 그날 이후부터는 사용하는 모든 디바이스의 언어를 영어로 바꾸었고 평생교육원 공부를 완료한 뒤에도 지금까지 쭉 마찬가지이다.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윈도 10이 갓 나왔을 때 페이스북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윈도 10의 새로운 소식들을 영어로 받아볼 수 있었다. 앞서 듣기가 약하다고 했는데 이런 IT 분야를 들으니 생각보다 귀에 잘 들어왔다. 그리고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유튜브에 흔히 tips & tricks라는 제목으로 유용한 기능들을 소개하는데 이후 다른 폰으로 바꾸고 새로 설정하는 과정 속에서도 이러한 류의 영상들을 통하여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리고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쓰다가 막히는 부분들이 있으면 당연히 영어로 검색하여 영어로 해답을 얻음으로써 읽기 실력까지 덩달아 향상되었다. 실제로 컴퓨터가 먹통 되는 사태가 딱 한 번 있었는데 레딧에서 댓글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 여러 분들 덕분에 잘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시대이다 보니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영어로 질문을 던져놓고 본다. 말하기처럼 문법이 좀 틀리고 이상하지만 알아서 척척 잘 이해해 주고 또 답해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점 혹은 단점이라기보다는 한국어로 바꾸게 되면 뭔가 어색함이 느껴진다. 번역이 잘못되어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한글이 자리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불편하게 보인다. 유명한 SNS들은 대부분 미국산이다 보니 예를 들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면 어색해 보이고, 내가 매일 즐겨하고 있는 징가에서 나온 게임도 한국인이 블로그에 스샷 해놓은 걸 보면 이 또한 무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웹사이트나 앱에 따라서는 디바이스의 언어가 무엇으로 되어있느냐 따라 보여주는 언어들이 각기 다 다른데 나는 아무래도 영어를 기반으로 쓰다 보니 다 영어로 뜨기 마련이다. 앞의 글에서 보여주었던 카카오톡 같은 경우도 앱 자체는 한국산이지만 모바일 앱 그리고 PC 버전 모두 영어로 설정언어가 되어 있다. 그래도 한국 분들과 카톡 아무 문제 없이 잘 주고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브런치에서 한국어로 된 글을 읽고 지금은 또 쓰고 있다. 영어로 글 쓴 미디엄도 운영 중이지만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잘 정리하려면 한국어가 제일 편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지원한 거였고 감사하게도 이틀 전 승인을 해주셔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큰 영광이자 은혜로 생각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던 여러 에피소드 등을 놓고 종합하고 또 결론지어 보자면, 확실히 나에게는 제2외국어(English as a Second Language)라고 할 수 있는 이 영어가 옛날보다는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아예 없어서 미드나 영화를 전혀 보지도 않았고 정식 대학도 가지 못했고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도 전혀 없다.


대신 평생교육원과 실전 생생 전화 영어를 통하여 나름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고, 만약 지금 당장 나를 한국에서 그토록 쌩고생했던 잉글리시 라운지나 영어 예배에 던져놓는다 해도 살아남을 용기는 있다. 비록 고급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여태껏 써왔던 여러 구글리뷰나 SNS 댓글들처럼 최소한 나에 대한 의사표시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추신: 작년에 실제로 병원비 부당청구 당한 걸 주정부에 직접 편지로 연락하여 잘 해결했었던 에피소드가 있긴 있다. 만약 똑같은 일을 일본에서 당했더라면 언어로 잘 해결하리라는 꿈조차 꿀 수 없다. 그래서 언어 때문이라도 사실 미국이라는 이곳이 나와는 가장 잘 맞는 나라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