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음악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싫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꿈을 꾸며 살 순 없을까?

by 바로코

교회에서 반주로 봉사하다 보면 교회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피아노 전공한 줄 다들 아신다. 그래서 나를 처음 보시는 분들의 질문에 내가 "작곡 전공이에요"라고 대답하면 다들 깜짝 놀라신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오버해서 또 상상의 나래들을 펼쳐가신다.


이것이 싫다기보다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고, 예배 시간에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마음의 감동이 조금이라도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의 마음의 상태일 뿐이고 정작 이렇게 예배를 섬기는 나의 입장은 보통의 반주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첫 번째로 의식하는 것은 바로 장애로 인하여 무조건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다. 사실 여기에 관해 어머니께서 교회에서 간접적으로 들으신 말이 있다고 최근 들었다. 마치 나를 동물의 원숭이가 재주 부리는 걸 구경하듯이 취급하신다. 나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신 분들도 많은데 무조건 잘한다 은혜롭다고들 하신다.


게다가 오른팔과 손목에 장애가 있는 나는 트릴이나 트레몰로를 아예 못 한다고 봐야 하는데 성가대가 있었을 당시 반주파트에 이런 부분들이 나오면 너무 난감해서 일단 지휘자님께 말씀드려 얼렁뚱땅 대충 넘어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러한 속사정도 모르시고 무조건 최고라고 칭찬하시면 몹시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두 번째는 제목에서도 적었듯이 많은 분들이 나를 음악과 동일시하게 여기시는 것이다. 상대가 피아노전공이든 작곡전공이든 생각했다 치자, 결국 그분들에게 있어서 나의 이미지는 음악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각인되는 경우 또한 더러 있다. 이건 사실 어머니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평생교육원에서 비문학 글쓰기를 좋은 성적으로 이수한건 인정 안 하시고 나 또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라 나를 유진박과 동일시하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꼭 "우리 큰애는 음악 이외에는 뭔가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이러시는데 이런 말을 직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집에서 피아노를 아예 치지 않고 음이 떨어지든 말든 그냥 방치해두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까지 "무슨 곡 치냐" 참견하시면 괜히 골머리만 더 아파지기 때문이다.


사실 흑역사 때문에 허송으로 지난 세월들을 낭비해 왔던지라 클래식이나 현대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천천지 원수와도 같다. 기피를 넘어서서 증오하는 것이다. 그리고 죄송한 이야기지만 여기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우물 안 개구리로서 멍청하고 무식쟁이라고 느낀다.


내가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이런 분들치고 SNS나 블로그를 잘 활용하시는 좋은 예를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이다. 포스터 한 장 달랑 올리면서 "며월며칠 음악회 합니다" 홍보만 잔뜩 하고 남이 쓴 작곡가 연주자 소개글을 복붙 할 뿐이지, 그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나 무대에서의 희열감을 등을 글로써 잘 표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스타 스토리도 그렇고 그럴 바엔 뭐 하러 올리지? 이런 의문만 들게 만든다.


지금 나의 글의 어조가 다소 노골적으로 보여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실 줄 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게 음악계의 현실이다. 편협하고 다른 분야와 타협할 줄 모르고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끼리끼리 놀려고만 하는... 미국에서는 음대공부를 안 해봐서 모르겠으나 한국이 이 부분에 있어서 특히 더 심한 거 같다.


이러한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이상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고 가급적 음악에 관한 언급은 피하는 편이다. 이미 인스타 스토리에서 나의 친구들이 눈치챘겠지만, 나는 요아소비와 세카오와를 위시한 제이팝을 더 즐겨 듣는 편이다. 바이브 자체가 정서적으로 뭔가 이질감이 없고 일본어라는 언어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나름 견고한 음악적 취향을 주변 사람들, 특히 교회 분들에게 트로트를 좋아하는 누구처럼 티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분들이 그나마 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에 걸어둔 스물한 개의 곡들인데, 여기에는 클래식이 단 하나도 없고, (굳이 따지자면 지브리 연주음악 하나 있음) 제이팝도 거의 반을 자치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걸 확인했는지는 굳이 마음 쓰지 않고 관심도 없다.


음악도 사실 워낙 광대한 범위가 있는지라 이 글에서 음악을 무조건 싸잡아 비난하려던 의도는 결코 아니었다. 결론을 내려보자면 나는 클래식 및 현대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싫을 뿐이고, 하루 종일 집에서 피아노 연습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싫고, 현실은 제이팝에 할애하는 시간들이 더 많고 소중하게 느껴질 뿐이다.


더 이상 음악에만 미쳐사는 사람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꼬리표처럼 달고 싶지도 않고, 그냥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음악 이외의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여긴 채 매일 노력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소망할 뿐이다. 이번 한 해 동안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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