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요? 전 몰라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사랑을 느끼는 미국생활

by 바로코

몇 년만 있으면 미국생활도 벌써 이십 년. 여러 가지로 다사다난한 날들을 보내왔고, 무언가를 크게 이루거나 성취했다기보다는 그냥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들을 나름 충실히 잘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성과 회사생활경력이 부족한 장애인으로서 불평보다는 오히려 감사할 거리들이 더 많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전형적인 미국남부 백인마을이었다. 백인우월주의단체의 본부가 있다는 소문이 한 때 돌기도 했었는데 진위 여부는 아직까진 잘 모르고 그냥 떠도는 헛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 가족이 정착할 때 이 일대는 신개발지로 막 떠오를 때였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예전에 비해 타인종의 비율이 많이 늘어나고 인구유입도 빠르게 진행되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가 돼 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백인의 비율은 타 지역에 비해서 여전히 높은 편이긴 한데, 관공서를 가면 공무원 분들의 팔구십 퍼센트는 백인이다. 심지어 이른 아침 투표소를 찾으면 나만 동양인이지 나머지 유권자 분들은 다 백인 어르신들뿐이다.


인종 구성이야 뭐 그렇다 쳐도 이렇게 관공서나 투표장을 내가 방문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나의 장애 때문에 조금 과장되이 표현하자면 매번 귀인(?) 대접을 받는다. 말도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 또박또박 말해주는 편이고 내가 무언가를 찾는 자세를 보이면 먼저 다가와 "내가 당신을 위해 뭐 도와줄 거 없냐?"고 반드시 묻는다.


이러한 과잉친절을 먼저 바래서도 아니고 나는 내 장애와는 상관없이 단지 도움이 필요할 뿐인데, 이분들께서는 매번 나를 이렇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차별의 감정이 숨겨져 있고 그걸 가리기 위해 친절을 베푼다고들 하지만 난 속마음은 모르겠고 겉으로 봐서는 그저 늘 땡큐일 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다른 가족에 비해 차별을 덜 혹은 거의 안 당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고 감사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되었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느낀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그리고 제도적 배려가 너무나도 잘 갖추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장애를 무슨 벼슬이나 감투로 여기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나 혹은 엄마가 원해서 장애를 입은 것도 아니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것 또한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와 계획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갖은 차별로 괴롭고 힘들었던 한국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 미국이라는 나라까지 인도해 주신 줄 굳게 믿고 있다.


2026년에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어느 한 사람이나 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기보다는 그냥 미국이 청교도 정신의 올바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