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MBTI가 변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by 바로코

정확히 몇 년도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 교회에 어느 강사분께서 오셔서 MBTI와 에니어그램을 소개해 주셨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두 가지의 성격검사를 받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당시 MBTI는 INFJ로 나왔고 에니어그램은 4번 날개를 가진 5번이었는지, 5번 날개를 가진 4번이었는지 헷갈린다. 이후 생각나서 다시 검사를 실시했으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 포스팅을 위하여 따로 다시 해볼까 하다 그냥 귀찮아서 관두었다. 지금 이 시간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MBTI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사연을 적어볼까 한다.


INFJ를 표현하는 단어로는 예언자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꿈도 많고 영적으로 무언가 붕 뜨는 타입이었다. 사실 이렇게 글로 적으면서도 정확히 내가 어떠한 상태였는지는 어떻게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지금과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pipe dream만을 쫓아 살았던 그야말로 흑역사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의 이삼십 대를 이런 식으로 허송세월을 보내온 게 지금으로서는 후회막심할 뿐.


낭떠러지와도 같았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떠올랐던 옛 추억들과 새로운 도전들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덕분에 나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남들처럼 좋은 학벌은 끝내 가지지 못했지만 평생교육이라는 또 다른 기회를 허락해 주셨고 비문학 글쓰기와 일본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들을 지나왔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말에 나와 우리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건이 하나 터졌고,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일들만이 나의 앞에 선더미처럼 놓이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그리고 후천적으로 극내향인이었던 나로서는 하는 수 없이 얼굴에 철판을 깔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어느 홈페이지의 연락정보가 있다고 치자. 옛날 같으면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있으면 무조건 이메일로 해결했는데, 이제는 전화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는 극복이 된 상태이고, 영어도 예전보다는 잘 알아듣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듣기는 어떠한 언어로든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분야이다.


아무튼 소셜 오피스(SSA)를 비롯한 각종 전화를 상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전보다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메일로 여러 질문들을 영어로 작성해서 보내야 했었는데, 이를 보신 부모님께서 "얘 봐라? 생각보다 잘하네?"라고 칭찬해 주셨다. 다행히 상대방도 나의 질문들을 잘 캐치하여 나에게 또 적절한 답을 해줌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이 잘 승산 되는 경험을 직접 했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미국생활 초반에는 간단한 말조차도 영어로 표현하지 못해서 항상 통역관을 대동했었는데 평생교육원 공부를 기점으로 나의 영어 실력은 갑자기 급상승의 그래프를 타게 되었다. 이건 내가 특별히 의식한 것도 아니었는데, 각종 전화며 이메일을 상대하다 보니 이전에는 감히 상대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던 영문장이며 일상회화가 눈에 들어오고 또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우리 가족은 모두 지켜봐 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통역하는 사람이 같은 가족이어도 괜찮으면 내가 통역을 자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게 얼마 전 나누었던 미국안과 진료)


이러던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나서 MBTI를 2022년 7월에 다시 실시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과는 INFJ에서 ISTJ로 바쒸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던 2021년 1월의 사건, 그리고 이것들을 홀로 해결해야 했던 삶의 모든 여정들 등등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에는 성격까지 변화시킨 것이었다. 게다가 원래 전공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면서 이전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게 사실 더 큰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나이 들어감을 상관하지 않고 클래식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제이팝이나 CCM 등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을 접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위의 커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맨 뒤에 T가 붙는데 어떤 이는 T가 아닌 A가 붙는 것이다. 이걸 일 년 전 인공지능에게 물어서 명쾌한 답을 얻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위해 다시 한번 물어보는 시간을 잠깐 가지도록 하겠다. 요즘 제일 많이 쓰는 제미나이에게 한 번 물어보도록 하겠다.


출처: 제미나이 답변


그러고 보니, 맨 끝이 T라는 게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다. overthinking 하는 편이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는지 질문 또한 스스럼없이 던지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MBTI를 너무 맹신하면 사실 위험한 것이고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합시다!라고 하기에는 이게 또 이전 다른 여러 성격검사들보다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서 섣불리 추천하기도, 반대로 비추천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아무튼 오늘 친교 시간에 어느 분과 MBTI에 대해 잠깐 이야기 나누면서 더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말들을 이렇게 정리하여 브런치에 기재 및 발행하게 되었는데 이 글이 다소 진부하고 재미없게 느껴지셨을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고, 각자에게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성격유형검사의 결과는 얼마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






ps: 참고로 2022년 이후에도 호기심에 한두 번 더 실시했지만 결과는 모두 똑같이 ISTJ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