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입맛도 음식에 대한 선호도도 서서히 변화되다
나의 입맛은 한마디로만 정의될 수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깔린 건 초딩입맛이고, 뭐가 새로운 걸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입도 짧아서 아무리 좋은 음식도 여러 번 혹은 연속으로 먹게 되면 금방 질려한다. 그래서 사실 매일 같은 걸 먹는 아침식사가 나에게는 하루 세끼 중 제일 괴로운 순간이다. 번데기와 산 낙지 등은 극불호라서 쳐다보기도 징그럽다.
특유의 냄새와 비린 맛 때문이었는지 된장국 또한 한국에서부터 오랜 기간 동안 나의 기피대상 1위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정성 스래 끓여주신 된장국이 냄비에 있는 걸 본 순간, '밥 말아먹고 싶다'라는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는 비로소 드디어! 엄마표 된장국의 참묘미와 진가를 발견하게 되어 그 이후로는 잘만 먹는다.
내가 먹는 방법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우선 밥그릇의 밥을 삼분의 일 정도 반찬과 먹는다. 그리고 밥그릇의 빈 공간이 조금 보이기 시작할 무렵, 된장국을 퍼서 밥그릇에 부어 나머지 밥을 국에 말아먹는 방식이다. 이건 어머니께서 집에 계실 때를 제외하고 내가 철저하게 지키는 나만의 방법이다. (보통은 국그릇에 담기니까) 오늘 점심도 이렇게 해서 먹었는데 이 특별한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끄적이게 된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나의 입맛은 지금도 변함없이 여전하다. 한동안은 굴과 장어가 너무 비려서 못 먹었던 적도 있었는데 세월이 조금 흐르니 이것들 또한 나름 극복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판.
북어를 넣고 끓인 미역국도 적응하기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밥 말아 또 잘 먹는 편, 하지만 내심 '소고기 미역국이 최고' 이런 마음인데, 그건 요즘처럼 가끔가다 먹곤 한다. 게다가 미국은 고깃값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싼 편이니까 한국에서보다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더 실컷 잘 먹는 편.
아무튼 엄동설한 속에서 이렇게 뜨뜻~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나니 몸도 훈훈해지고 기분도 절로 좋아짐을 느낀다. 어머니께서 그래도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어 이렇게 영양가 있는 집밥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정상적인 자식이었다면 벌써 부모님 밥상을 수도 없이 손수 차려 대접해 드렸을 판인데,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 보니 매일 해다 주시는 걸 얻어먹는 게 조금은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더 흐르게 되고 부모님께서 기력이 없어지실 때가 되면 나는 어떻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런가 이런 걱정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런 말을 내가 꺼낼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왜 벌써 이미 걱정이냐' '대이면 대이는 대로 다 잘하게 되어있다' '나처럼 사서 고생하지 말고 돈으로 해결하면 장땡이다' 등등의 말씀을 하신다. 여기에서 나를 향한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느껴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더 이상 다치거나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의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니까. 어차피 조금씩 배워나가면 장애인이라도 충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하루라도 더 살아계실 때 맘껏 잘해드리자!"이다. 가족과 행복하면서도 때로 지지고 볶고 하는 이런 소중한 시간들, 내가 노년에 이르게 되면 이미 사라져 버리게 되고 또 많이 그리워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