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실망이 공존했던 싸이월드

한국은 대체 왜 해외거주자를 차별하는가

by 바로코

대학생이 된 1학년 1학기 정도까지였나 나는 세이클럽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선배님께서 '다들 다 하는데 너는 왜 싸이 (Cy) 안 해?" 라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남들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유행의 파도에 결국 합류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던 게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카카오톡도 없던 시절이니 공지사항이나 행사 사진첩 등은 다 싸이월드 클럽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해서 나의 대학 4년은 싸이월드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일촌을 맺고 틈만 나면 셀카 사진이며 감성글 등을 업로드하였다. 그리고 관심 가는 클럽에도 몇 군데 가입하여 과 클럽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곤 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공들인 것은 바로 스킨과 아바타 꾸미기였다. 당시 용돈을 탈탈탈 털다시피 해서 틈만 나면 도토리 카드에 충전을 하고, 이것들이 또 제법 많이 모이기 시작하니 화려한 미니홈피 스킨을 구입하는가 하면 좋아하는 배경음악(이하 브금)도 왕창 구입했었다. 그래서 이후 브금의 개수를 세어보니 거의 삼백 곡 가까이 되었었다.


대학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에 와서도 싸이로 한국 분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심지어 미국 도착한 지 며칠밖에 안 된 시점 동네 도서관 컴퓨터에서 어쭙잖은 영어 실력으로 모든 인사글에 'I cannot type Korean now'로 시작하는 영어문구로 답을 다 달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싸이월드에 블로그라는 게 생겼다. 아마 아시는 분 모르시는 분 반반이실 듯한데 내 기억에도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눈이 나쁜 나로서는 좁디좁은 공간에 모든 것을 때려 박은 미니홈피보다는 시원시원한 풀 스크린 사이즈로 즐기는 블로그가 더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망하기 전까지 블로그를 고집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싸이월드를 가입할 시 휴대전화 번호가 필수인데 미국에서 어느 날 싸이월드에 로그인하니 나의 실명이 전혀 엉뚱한 사람의 이름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모든 자료들이 무사히 다 남아있는 걸로 봐서 해킹은 아닌 듯했고, 순간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던 건, 내가 한국에서 쓰던 전화번호를 누군가가 사용하게 되면서 발생한 착오 내지 오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에서 내가 쓰던 전화번호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미 몸은 미국으로 건너온 상황. 그래서 실명을 바꿔보려고 별의별 방법들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쯤 되니 나의 일촌들도 모두 유령화 되어서 싸이월드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때 사진들을 모두 백업시키고 모든 게시글들을 비공개 혹은 삭제 처리하였다. 그러고 나서 1차로 싸이월드가 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바일앱 중심으로 잠깐 돌아왔었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여차여차 가입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구글계정연결 같은 간편 로그인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폰으로 잠깐 하면서 소프라노 조수미도 팔로우하고 했었는데, 이게 또 어느 날 지나니 비번도 없어 알고 보니 해외계정이야 등등의 이유로 그 계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망했다.


싸이월드 종사자였던 분들께서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망했다'라는 표현이 두 번씩이나 나와 아마 심기들이 많이 불편하실 줄 안다. 하지만 한국어에 대한 전문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이 단어로서만 표현할 다른 방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앞서 브금이 삼백 개 가까이 있다고 하였다. 실명이 바뀌고 UI까지 바뀐 후 로그인을 하니 그 많던 나의 브금들은 모두 다 사라진 상태여서 엄청 허탈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디지털에 백 퍼센트 의존할 게 못되구나라는 걸 크게 깨달았다.


아무튼 세월이 무수히 지나고 어느 날 또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로그인(대학시절 만들었던 아이디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할까 새로 가입을 할까 망설이다 실명이 바뀌었으니 그냥 새로 가입하자 마음먹고 알아보니 해외 사용자들은 실명확인 내지 휴대전화 인증을 할 수 없어서 가입불가라는 안 좋은 소식을 접했다.


이쯤 되니 그동안 쌓여있던 나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너도나도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이러한 편리성이며 접근성은 미국보다 너무나도 뒤처져 있는 모습들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 갸 빠르고 only 갤럭시 유저로서 삼성이 잘 나가는 건 분명 칭찬해 줄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웹사이트에서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공인인증서도 hell이고 인증절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어제 잠깐 언급했던 네이버 블로그 초기화 역시 예전에는 분명 비번만 쳐서 간단히 해결될 것을 이제는 인증을 요구해서 나 같은 해외사용자들은 사실상 포기하라는 처사일 뿐이다.






이쯤에서 나는 잠시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을 생각해 본다. 이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라서 깊이 있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본다면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대부분 실리콘벨리를 포함하여 다 미국에 위치에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팩트이다.


요 근래 급부상하는 AI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까지 내로라하는 인공지능의 90 퍼센트 이상은 미국산이다. 내가 소식에 귀가 밝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획기적이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온라인뱅킹을 비롯한 아마존, 야후 등등의 미국계 웹사이트들의 회원가입 이야기도 안 할 수 없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하고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걸로서 대부분 그치고 때에 따라 2차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의 각종 공과금이나 병원비 등도 카드번호 혹은 은행계좌번호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나머지 더 필요한 정보들을 함께 더해 한국보다 더 간편하고 손쉽게 납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의 배경과 원인으로는 미국은 만약 어떤 통신사나 은행이 마비되면 이걸 기업 당사자인 자신들의 책임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반면, 한국은 갖은 인증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결국 이러한 마비는 '보안 프로그램을 깔고 인증서에 직접 서명한 너의 책임이야!' 이렇게 판단하고 결론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한국에서 다시 살 기회가 생기게 된다면 이러한 불편함들을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살았었던 이십 년 전보다 더 크게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이 마냥 두렵게만 느껴진다.






내가 볼 때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딱 중간지점인 듯하다. 미국은 뭔가 허술한 듯 보이나 전산 시스템 운영자체는 철두철미하고 정보만 제대로 맞게 입력한다면 오류가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실생활 속에서는 여전히 fax를 사용하고 도서관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오프라인북과 e-book을 비롯한 온라인자료의 비율이 거의 반반으로 잘 운영되어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소셜이나 이민국 등에서의 중요 서류 제출방식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이 두 방식 모두가 서로 공존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글은 단순히 싸이월드에 대한 지난 과거의 일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을 서로 비교하면서 미국이라고 모든 것이 후지고 또 위험한 지역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을 뿐이었다. (한국에 비해 느린 건 사실) 나라 안팎이 시끄럽긴 해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 1위 국가이며, 이미 선진국으로서 전 세계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개인마다 느낌의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그래도 인류 역사를 바꿀만한 수많은 발명품들이 미국에서 다 쏟아져 나왔던 20세기만큼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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