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생존하셨더라면 오늘날의 제이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바로코의 긴 제이팝 여정의 앞 시간에는 하야시바라 메구미와 사사키 노조무를 살펴보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드의 사카이 이즈미가 이 두 분과 출생연도가 같은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앞선 두 분은 본업이 성우이신지라 애니메이션과 깊은 연관이 있지만, 자드는 슬렘덩크나 드래곤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이 두 사람에 비해서는 애니송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걸로 안다. 아무튼 한국과 일본 기준으로 오늘 2월 6일은 사카이 이즈미 님의 생일이시니 그동안 벼르고 벼려왔던 그녀에 대한 추억 내지 음악에 대한 느낌 등을 자유롭게 적어보고자 한다.
이름: 사카이 이즈미 (坂井泉水) / 본명: 카마치 사치코 (蒲池幸子)
출생&사망: 1967년 2월 6일 - 2007년 5월 27일
직업: ZARD의 보컬리스트, 작사가
그 유명한 지지 말아요(負けないで)도 아닌 숨도 쉴 수 없어(息もできない)! 요리왕 비룡을 좋아하다 보니 일본어 원곡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노래였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제이팝에 막 입문하던 시기였고 나에게는 그저 수없이 많은 노래들 중 한 곡이었을 뿐, 자드에 대한 관심은 1도 없었었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미국으로 건너와 인생의 나락을 제대로 경험한 뒤 일본 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몇 곡을 들어본 뒤 드디어 '아 취향에 맞다' '더 찾아 듣고 싶다'라고 할 땐 이미 너무나도 늦은 상태였다. 하필 내가 미국 들어온 해에 작고하셨는데 그 해 봄 한국에서 분명 제이팝을 듣고 인터넷 활동도 나름 활발히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드의 사망 보도를 전혀 접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내가 인터넷 신문을 통 안 보긴 함)
아무튼 미국에서 덕질할 당시는 음원 사이트 이런 게 거의 없었으니 의지할 곳은 유튜브 밖에. 지금에야 다 저작권 때문에 정리되었지만 당시에는 진짜 별의별 곡들을 다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유명하다 싶은 곡들을 모조리 다 들었었고 점점 자드만의 세계를 좋아하게 되고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앨범과 화보집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하게 들었으나 베스트 앨범들이며 화보집 등이 하나같이 고가의 제품들이어서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화보집이야 핀터레스트로 대체할 수 있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문제였는데 어느 날 자드 위키백과 항목에 들어가 맨 밑에 앨범 분류해 놓은 걸 보니 '셀렉션 앨범' 총 네 장에 눈길이 갔다. 그래서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혹시나 검색해 보니 전자에 하나, 그리고 후자에 세 앨범이 있었는데 가격들이 너무나도 착했던 것이다. 그래서 얼른 이 네 개를 싹 다 주문했고 드디어 도착!
찍을 당시 그리고 지금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지고 배가 부른데 이렇게 놓고만 보더라도 사카이 이즈미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각 앨범들에 대한 리뷰 및 평가는 따로 하지 않겠다.
한국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https://open.spotify.com/artist/2NKadilSWCwuqGp5QoDeUS?si=v_pC2nHJSauKRoWwrVp-CA
유튜브는 zardofficial이라고 있지만 뮤직비디오도 얼마 없고 음원들을 다 막아둔 상태.
한 때 유튜브 노래방 틀어놓고 제이팝을 참 많이 부르고 또 직접 폰으로 녹화 내지 녹음까지 했었다. 그러면서 나름 나만의 레퍼토리들이 구축이 되었는데, 대부분이 자드 노래인 걸 알게 되고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만큼 노래들의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가사를 곱씹으면서 마음 다해 부르다 보면 사카이 이즈미의 진솔한 삶의 고백이 잘 묻어나있음을 항상 발견하게 된다. 만약 일본 노래방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자드 노래, 꼭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자드라고 적었다가 지우고 사카이 이즈미라고 적었는데, 그만큼 자드와 사카이 이즈미는 동급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른 곳에 얼마든지 널려있으니,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카이 이즈미의 매력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옛 직업과 과거를 지우고 싶었던 걸까, 자드라는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새 출발 하면서 사카이 이즈미는 그야말로 늘 화장기가 거의 없는 청순가련한 자연미인의 표상이 되었다. 제이팝이나 일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딱 봐도 '미인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노래실력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그녀의 가창력이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만큼 독보적이고 특별하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와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예로 마츠모토 타카히로와 함께 작업했던 이방인(異邦人)이 될 수 있는데, 원곡인 쿠보타 사키는 퓨처링된 드라마 타이틀대로 사막을 거닐고 있는다면 자드 버전은 바다 위의 등대 꼭대기에서 새 한 마리를 살짝 닿은 손 끝으로부터 시원스레 날려 보내는 느낌이랄까.
위 사진의 6집 정규앨범의 타이틀 곡 forever you를 추천하고 싶다. 사실 여기에는 페이스북의 자드 그룹을 통하여 본 사연이 있다.
자드를 다루는 어느 일본 방송이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카이 이즈미라는 이름으로 한창 활동하고 있던 시기에 언론들이 그녀를 까내리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비롯한 온갖 안 좋은 기사들을 앞다투어 내놓곤 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는 그 신문들을 펴놓고 이즈미 님께서 울고 계셨는데, 성함은 기억 안 나는 한 프로듀서님께서 "그럼 지금 느끼는 그 솔직한 감정으로 노래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니?"라고 대뜸 말씀하시는 거였다. 순간 그녀는 당황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고 솔직하게 가사를 쓰겠다고 해서 탄생한 곡이 바로 이 forever you라고 한다.
그래서 이 곡의 시작 부분에 "호기심이 강해서 가족분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폐만 끼쳤어요"라고 나오는데 이는 아마도 과거 시절에 대한 일종의 자책감이 드러난 게 아닌가라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울지 마"라고 하며 강인한 어른의 모습으로 차츰 변하게 되는데, 결국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하여 방황하며 초조해하던 마음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침 이 라이브가 공식 유튜브로 업로드되어 있어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