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메이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에야 비로소 마주하는 서늘한 리얼 서스펜스

by 이혜

Contents log <하우스메이드>

26.2.7


1. 두 겹의 서스펜스

하나는 상류층 저택에 취직한 가정부 밀리가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미치광이 사모님 니나로 인해 겪는 서스펜스. 다른 하나는 니나을 쫓아내고 부유한 남편을 차지한 밀리가 이 집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니나의 시점으로 전환되며 펼쳐지는 리얼 서스펜스.

폴 페이그 감독의 영화를 아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상했을테고, 모르고 간 관객은 반전에 당황스러운 지점이 되었을 것이다. 예상했든 하지 않았든 영화는 전반부의 관습적인 장르의 공식대로 흥미롭게 진행된만큼 후반부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신의 지긋지긋한 현실을 반전시켜줄 백마탄 왕자님, 완벽한 로맨스와 해피엔딩 등 대중매체가 지독히 부풀려둔 판타지를 가동하여 자신을 가축처럼 취급하는 남자의 집으로 여성들이 제 발로 걸어들어갔다는 것. 이 자체가 내겐 가장 큰 공포였다. 관객들에게도 ‘정신차려 이것들아!’라며 마룻바닥에 머리부터 내동댕이 쳐지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


2. 여성서사는 여전히 트렌디하게 작동하는가?

또 다른 반전은 주인공 밀리가 앞서 당한 두 명의 피해 여성과는 달리 이미 미쳐 있는 여자였다는 것이다. 미쳤다고 해야할까? 애초에 그녀는 여자를 강간하거나, 성추행하는 남자들의 대가리를 까버리는 참지 않는 여자다. (정말 말 그대로 머리를 깨부순다) 그 때문에 1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 중인 밀리는 자신을 대체할 여성을 가정부로 들인 후 도망친 니나와 다르게 결코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관객은 밀리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밀리를 돕기 위해 다시 돌아온 니나를 보며 연대의 감동을 느낀다.


대중 서사에 ‘여성 서사’라는 태그가 붙기 시작한 것은 이미 전부터 진전된 글로벌 트렌드다. 소위 ‘여자가 다 해먹는’ 영화 시나리오를 현재 개발 중에 있는데 여성 서사가 여전히 흥미로울 수 있고, 이를 찾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가. 그런 질문을 품고 본 영화였다.


여성 서사의 핵심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서사의 관습을 비틀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전개, 새로운 캐릭터와 관계성, 새로운 장면에서 오는 즐거움이다. 오로지 즐거움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시드니 스위니, 아만다 사이프리드 - 여배우의 얼굴 그리고 몸

금발이 심볼이었던 두 스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창백하고 일그러진 얼굴이 인상적. 같은 여자도 홀린듯 바라보게 하는 시드니 스위니의 섹시한 몸매는 장르 관습으로 소비되다가 감금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배를 긋는 장면에서는 부족 여전사 같은 강인한 육체로 반전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밀리가 ‘샌드위치나 먹어야겠어’라며 피묻은 얼굴로 샌드위치를 씹으며 허기를 달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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