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매드 유니콘>

막노동꾼에서 유니콘 CEO로, 120% 농축 도파민 성공 서사

by 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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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log <매드 유니콘>

넷플릭스 태국 시리즈 / 7부작

26.2.16


스마트폰에 코 박고 살던 중딩까지 홀린 태국산 도파민


연초엔 모름지기 희망적인 이야기가 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설 연휴를 맞이하여 넷플릭스 태국 시리즈 <매드 유니콘>을 본가에서 틀었을 때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각자 즐기는 콘텐츠가 달라져서 함께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드문 일이 된 요즘, 과거 본가에 복작대며 살았던 시절의 우리들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핸드폰만 보던 중딩 조카마저 시청에 동참했다. 가볍게 시작한 드라마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 산티와 함께 위기에 마음 졸이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게 하며 결국 그를 열렬히 응원하게 했다.



(1) 멘토가 안타고니스트가 될 때 터지는 아드레날린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타고니스트 ‘카닌 회장’의 역할이다. 사업가 마인드를 깨우쳐주는 멘토에서, 아이템을 알아봐 주는 투자자로, 다시 사업을 가로채는 적대자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긴장감이 시작된다. 과연 서사에서 안타고니스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대기업다운 방해공작을 펼치면서도 그를 단순하고 짜치는 악으로 묘사하지 않고, 철저히 사업가다운 인물로 그리면서 드라마가 단순하고 선과 악의 구도로 펼쳐지는 유치한 복수극으로 그치지 않게 한다. 특히 치열하게 싸운 두 사람이 결말에서 대등한 사업가로 나란히 섰다는 느낌을 주는 연출,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는 카닌의 모습이 이 작품이 사업의 핵심을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2) 비즈니스는 생존 서사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돌팔매’

드라마는 매회 산티와 그들의 회사 ‘썬더’에게 해결 못 하면 끝장이라고 몰아세우는 거대한 위기를 던진다. 시청자를 있는 대로 애타게 한 끝에 산티가 빛나는 통찰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때, 골리앗을 상대로 다윗의 돌팔매가 먹히는 그 순간의 통쾌함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다. 위기는 더 큰 기회로, 갈등은 더 큰 화합으로 치환되는 이 구조가 생생한 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유니콘'을 꿈꾸는 언더독이기 때문일 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국가와 성별, 연령에 무관하게 모두의 이야기이자 우리네 인생이나 다름없다.



(3)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 : 사람에서 숫자, 숫자에서 사람으로

유능한 동료를 모으는 팀 빌드업의 재미부터 투자자를 잡기 위해 공항으로 질주하는 간절함까지, 이 드라마의 눈부신 장면은 모두 사람을 향한다. 특히 상품 단가를 낮추며 임금을 삭감하는 결정을 하는 순간이 지독히도 안타깝고, 썬더의 엄마나 다름없는 CFO 샤오위의 희생과 "너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는 것을 너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배신한 부하에게 사죄하는 루이제의 한 마디는 눈물을 흘리게 했다.자식처럼 아끼는 회사가 모두의 일터가 되어 살아남게 하는 것은 결국 성과다. 사업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회사는 사람이 모이는 곳, 함께 살아남고자 함은 삶 그 자체를 은유하며 감동을 이끌어 낸다. 덧붙여, 산티와 샤오위가 묘한 기류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로 빠지지 않고, 사랑보다 더 절절하고 찐한 전우애를 나누는 동료로 남는 선택이 너무 좋았다.



(4) 꿈꾸는 자의 실천, 그리고 다시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이야기의 가치

"날 이 항해에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라면 배 한 척이 아닌 함대를 만들어낼 거예요."

모든 극적 요소 뒤에 CEO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아무것도 없는 모래 채굴 현장의 막노동꾼이었던 산티가 ‘더 큰 세상’을 상상해버린 것, 아무도 믿지 않는 자신의 꿈을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실천력, 내 꿈을 믿고 올라탄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그 무게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리하여 결국 자신의 꿈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것. 꿈을 꾼다는 것은 이토록 위대하다.

설 명절에 런칭한 <레이디 두아>가 성공하면 사업이고 실패하면 사기라는 시니컬한 결과론을 던질 때, 나는 여전히 ‘유니콘’을 그리며 끝장난 것만 같은 이 세상에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결국 사람이라면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에 더 끌리기 마련이며,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의 가치’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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