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득 후기
지난 7월 30일 금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6월 8일에 학원을 등록하면서 시작했으니 약 두 달이 걸린 셈이다. 운전면허는 사실 성인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란 인식이 강하고, 한때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서였던 모양인지 뭔지 취득과정이 매우 수월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면허 그 자체도, 그 과정도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돈과 시간 즉, 여유가 없어 따지 못했던 류의 자격증이었고, 누군가의 초보운전 시절에 함께 차를 타서 생긴 공포증을 극복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운전해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단지 차를 모는 자격이나 새로운 신분증으로 일축될 수 있을 만한 무게가 아니었기에 휘발되기 전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컴퓨터를 사랑했다. 어쩌면 멋모르던 시절엔 컴퓨터란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개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까만 도스 화면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답변해주는 컴퓨터가 내 기계 사랑의 시작이었음은 틀림없다. 장기를 구매하듯 하나하나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과정은 신선했다. 정말 사람을 흉내 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뼛속부터 문과생이었고 기계를 잘 다루는 편이기보단 험하게 다루다 부수는 걸 더 잘하는 편이지만 기계의 작동원리란 어차피 원인과 결과가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후에는 기계가 상징하는 어떤 불변의 냉담함이 좋았다. 이를테면 수치화할 수 없는 나의 일의 결과나 감정과 다르게 완벽히 물성화 된 가치란 생각이 들었다. 돈을 투자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질리지 않고 내 생활의 유용한 '수단'이 되어 나는 전자제품을 사는 것을 유독 좋아하기도 했다.
운전을 배우고 나니 평범한 개인에게 기계 사랑의 정점은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상 사람이 기계의 안에 들어가게 되어있어 기계를 아주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기계는 아주 미세한 핸들의 조작, 브레이크와 엑셀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당연하게도 내부의 조작은 모두 외부의 움직임으로 연결된다. 그래 이건 내가 상상하던 로봇을 조종하는 감각이랑 비슷했다. 익숙해지면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고 하게 되는 그 모든 별 거 없어 보이는 조작들은 밖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보았을 땐 기계의 거대한 움직임, 어떨 땐 위협이 되는 움직임이 된다. 그런 기계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지고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 기계와 하나가 되는 감각.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이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잘 빠지고 잘 나간다면.
처음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면허를 따놓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자 내 손에 꼭 넣고 싶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지금 내게 적당한 정도의 차면 괜찮다. 그런데 여전히 반대가 만만찮다. 늘 내가 뭔가를 사려하면 그걸 도대체 왜 사냐고 했다. 얼마 안가 무용지물이 될 거라 했다. 물론 그런 '전자제품'은 사면 그만이고 유지비는 전기세 밖에 안 들고 사고도 안 나니까 차랑은 비교가 안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졌다.
걸음이 꽤 느린 편이다. 모르겠다. 키가 작아 상대적으로 다리가 짧기도 하고, 서두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면 물론 기분이 좋다. 동시에 자전거는 늘 무섭고 힘든 탈 것이었다. 나는 바퀴 두 개 달린 것들이 늘 무섭다. 그보다 걷는 것이 오히려 내 취향에 맞았다.
걷는 것만큼 좋은 것, 그건 액셀을 밟는 것이었다. 갓 면허증을 딴 운전자가 밟아봤자 시속 60킬로를 넘긴 적이 없지만 내가 살면서 시속 60킬로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어본 적이 있었던가? 장내기능 시험에서 한번 떨어진 내게 모두가 응원하면서 했던 말이 도로주행이 훨씬 나을 거라는 말이었다. 경부고속도로 IC 근처에서 시작해 양재 시민의 숲 - 양재역 - 예술의 전당을 돌아오는 코스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지만 모두의 말대로 나는 도로 주행 교육에서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기능교육이 품새만 외우고 있는 것 같다면, 도로주행 교육은 대련 상대를 두고 품새를 활용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액셀을 밟아 일반 차량의 흐름에 섞여들 때의 기분이 참 멋졌다. 운전좌석에 앉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룸미러와 백미러가 내 시야에 훤히 들어오고 있었다. 스펀지가 물을 먹듯이 액셀을 밟으라고 강사님이 말했다. 차가 속도를 높일 때의 진동과 달려 나가는 감각이 좋았다. '빠른' 속도감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차체와 함께 달려 나가는 '속도감'이 좋았다. 업종 특성상 대표님들의 좋은 차를 많이 탔었는데 그때 느꼈던 좋은 엔진과 함께 달리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유로트럭 같은 드라이브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는지, 왜 락스타게임즈의 GTA 시리즈에서 드라이브 시스템을 중요시하고 애정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차를 타고 달린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는 차를 타고 달리는 것이란 단순히 나를 A에서 B지점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시켜주는 수단이 아닌 산책과 비슷한 무언가 일 것 같았다. 액셀을 밟고 운전을 하며 나는 그런 심상을 느꼈던 것이다.
도로주행 교육 첫 번째 시간, 강사님이 내게 물었다. 이 주변의 길은 좀 아냐고. 나는 이곳이 집 근처도 아닐뿐더러 지하로만 다녀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 주로 나는 이 도시에서 지하로만 다니는 사람이었다.
차로는 항상 '건너' 다녀야 할 길이고 피해 다녀야 할 길이었다. 택시를 타거나 누군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내려갈 일이 없는 곳이었다. 면허증을 따기 전까진 그곳의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곳의 흐름이나 질서에 대해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게는 지하철 노선도나 버스전용도로나 보행자로만 '길'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도시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의 길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는데 굳이 다 알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차가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닌 이상 운전하기가 힘든 서울에서 돈과 에너지를 쓰며 운전할 고집할 이유는 없고, 그렇다면 운전해서 갈 길을 알 필요도 없으니까.
그래도 난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더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것과 모르는 것은 쉽게, 함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서울의 대중교통의 길이든, 차를 운전하는 길이든 그 모든 길을 알아서 그 모든 길을 다니는 사람들을 똑같이 배려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자격은 그렇게 내게 여러모로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면서 내 세상을 더 넓히고 있었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은 늘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는가.
무거운 가방을 추어올리며 느린 걸음을 걷던 내가 어느새 뒷좌석에 핸드백만 싣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카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한다. 사지도 못할 명품백과 주얼리를 구경하듯 억 소리 나는 자동차를 검색해서 구경하고, 자동차의 도면을 찾아본다. 요즘 어딜 가나 핫이슈인 전기차 기사를 재미나게 읽는다. 내 취향에 베리에이션이 생겼다. 참 값진 경험이다.
이 정도까지 썼으면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의미부여 충인 지도 모르겠다. 이게 나이고 이게 나의 진심인 걸 어쩌겠는가. 가을이 오면 내게 운전면허를 따라고 응원해주었던 (사실상 제발 좀 따라고 애걸한)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고 한다. 덕분에 면허뿐만 아니라 더 좋은 걸 얻었다고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넣은 면허증을 코 앞까지 들이밀 생각이다. 그리고 혹시 차 바꾸실 때 안됐냐고 물어봐야겠다.
모두가 알다시피 운전면허 학원의 인식은 언제나 최악이다. 특히 비싼 교육비를 내고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의심스러운 강사의 교육을 받는다는 불합리함이 항상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나마 후기가 많고 좋은 후기의 비율이 많은 학원을 선택해서 등록했다.
모든 운전면허 학원이 그렇듯 교통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경부고속도로 IC 쪽 우면산에 위치, 거리상으론 양재역과 가깝다. 셔틀버스가 잘 되어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한여름에 셔틀버스를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주로 학원에 갈 때는 택시를 탔고, 나올 때는 학원 셔틀로 양재역까지 이동했다.
1. 핸들링
중요한 것은 경사로, 교차로, T주차 공식 같은 것들이 아니라 기본적인 주행능력과 핸들링이다. 핸들과 바퀴의 연동, 속도에 따라 핸들을 얼마나 감았다 푸는지 그 부분을 제일 먼저 감을 잡아야 시험이 수월해진다.
2. 브레이크, 액셀을 밟는 감각
기본 중의 기본. 기능 때는 제한이 많아서 디테일하게 연습할 기회 없고, 오히려 도로 주행 때 중요해져서 그때부터 제대로 연습하게 된다. 부드럽게 멈추고, 스무스하게 출발하는 감각을 지금부터 익혀야 습관이 잘 든다고 한다.
3. 시야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손과 발과 눈이 제멋대로 논다. 당연하다.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안 들리고 잘 안된다. 그래도 신경 쓰고 있으면 결국엔 보이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 좋은 듯.
기능 때에는 회전할 때 백미러 보는 것, 차가 똑바로 될 때 전방 주시 등 앞과 양 옆으로 시야가 트인다.
도로 주행 때는 앞, 뒤, 양옆, 전방 멀리까지 시야가 트인다. 점점 고개도 돌리게 되고 백미러 봤다 앞을 봤다 하는 시간도 짧아져 차선 변경 시 차가 우왕좌왕하는 일도 많이 줄어든다.
4. 순간 판단력
도로 주행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길을 외우면 그래도 많은 부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험 한정이지 면허증을 발급받고 실전에 들어간 후의 판단력과 방어운전 관련해서는 나 역시 미지의 영역이다.
1. 학원 등록 - 학과교육 3시간, 기능교육 4시간을 예약 (2시간씩 이틀 / 4시간 하루 예약 가능)
2. 학과 교육 - 기능교육 전에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와야 한다.
3.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장 방문- 운전면허 응시표 발급, 신체검사, 필기시험 응시
- 필기시험은 공단 면허시험장에서 응시해야 한다. 학원에서 학과교육 3시간을 받으면 면허시험장에서 따로 교육 1시간을 받지 않아도 된다. 교육받은 정보가 전산으로 바로 넘어가서 필기시험을 바로 접수해서 응시할 수 있다. 3시간보다 1시간이 낫지 않냐고 하겠지만 기왕 학원에 돈도 냈으니 그냥 3시간 학원에서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면허시험장은 현재 코로나로 인원도 제한되고 있고 사람이 많이 몰려 찾아간다고 바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냉난방이 약함..
- 신체검사는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으로 대체된다. (나는 건강검진 때 안경 끼고 시력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 같아서 받음)
- 운전면허 응시표에 사진을 붙이고 내 정보를 작성해서 들고 다니면 후에 신체검사 내역, 필기시험 합격 여부가 표기된다. 이 응시표가 연습면허증이 되고 최종적으로 면허증 발급 서류가 된다.
4. 기능 교육
- 기능교육 마지막 날 기능시험을 등록할 수 있다.
- 첫 번째 교육은 내 생애 첫 운전인데 감 타령만 하고 윽박만 지르는 강사를 만났다. 굳이 싸우기도 싫고 컴플레인 걸기도 귀찮아서 넘겼는데 결국 이 두 시간을 날려서 기능시험을 한번 떨어졌던 것 같다.
- 두 번째 교육은 첫 번째와 180도로 다른 꼼꼼하고 철저한 강사를 만나 기능시험에 맞는 집중 교육을 받았다. 이 분을 만나서 그래도 운전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학원을 신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 2시간 추가 교육 신청을 하려다가 시험을 한번 더 보면서 감을 얻는 게 낫지 않겠냐는 학원 측에 권유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더 좋은 선택이긴 했으나 애초에 첫 강사가 제대로 되었으면 한번 떨어질 일이 있었을까 싶다.
5. 기능시험
6. 도로주행 교육 6시간 예약
- 기능시험을 합격하면 도로 주행 교육을 예약할 수 있다.
- 2시간씩 사흘 / 2시간, 4시간 이틀 예약이 가능하다.
- 도로주행 마지막 날에 도로주행 시험을 등록할 수 있다.
7. 도로주행 교육
- 교육받기 전에 연습면허증을 받는다.
- 도로주행용 보험을 다시 든다. 참고로 도로주행 보험료는 10일이 지난 후 혹은 재시험 때 다시 내야 한다.
- 학원을 세 번이나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두 시간, 네 시간을 예약했으나 네 시간 교육은 확실히 많이 지친다. 익숙지 않은 운전을 네 시간씩 집중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 시간씩 교육받는 것을 추천한다.
- 도로 주행 교육 강사들은 일부 기능 교육 강사와 겹치기도 하지만 일단 기능 교육과 분위기가 아예 다르단 느낌이다. 실전 운전의 기본부터 네 가지 코스와 시험의 유의점을 강사별 큰 기복 없이 잘 가르쳐주는 편이다. 강사의 교육 스타일은 달라도 교육 내용이 바뀌지 않는 것이 좋은 학원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주요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양재 자동차 전문학원의 도로주행 교육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8. 도로주행 시험
- 당일 시간대에 순서와 코스는 랜덤이다. 코스는 차에 타면 태블릿으로 뽑는다.
- 양재 자동차 전문학원의 도로주행 코스는 상당히 단순하고 쉽다. 단, 차량이 많은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차량이 많으니 변수가 많고, 차선 변경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브레이크도 자주 잡는 편이고, 신호를 잘 보지 않고 앞 차량만 보다가는 신호위반이나 급정거하기 쉽다.
- 엄청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이 피해서 가준다. (노란 차는 위험해... 그런 느낌으로 피해 간다)
- 합격하면 합격도장을 찍은 응시표를 돌려준다.
9. 면허시험장에 가서 면허증 발급
- 도로주행 합격도장을 받은 응시표와 신분증, 사진 1장 제출, 수수료 지불
- 5-10분 만에 나온다.
총 소요 비용 *** 858,500원
[양재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학원비 (학과+기능+도로): 660,000원
보험료 1차 (기능시험까지): 8,500원 (현금)
기능시험 검정료: 49,500원
연습면허 발급 인지료: 4,000원 (현금)
기능시험 검정료: 49,500원 (재시험)
도로주행 보험료: 6,000 (현금)
도로주행 검정료: 55,000원
*현금은 계좌이체 가능
[강남 운전면허시험장]
필기시험 신체검사: 6,000원
필기시험 응시료: 10,000원
영문 운전면허증 발급료: 10,000원
*일반은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