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

by J 제이

몇 해 전, 봄을 맞아 오랜만에 봄 구두를 꺼내 신었는데, 그날 이후로 무릎이 저릿저릿 아프다. 8cm 높이의 얇은 굽으로 디자인된 검은색 슬링백 힐인데, 굽이 얇고 세련돼 보여 무척이나 좋아하는 구두다. 똑같은 디자인에 컬러만 다른 구두를 하나 더 샀을 정도. 그런데 그 구두를 꺼내 신은 날은 예상치 못했던 외부 일정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돌아다닐 일이 많았다. 미팅이 있을 때면 주로 높은 구두를 신고 다녔고, 큰 무리가 없었던 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일까. 유난히 활동량이 많았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그날의 여파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높은 구두를 신은 날 밤에는 어김없이 무릎이 저리다. 엄마는 "그동안 높은 구두만 신고 다녀서 탈이 난 거야, 이제 낮은 거 신고 다녀" 걱정 섞인 말로 나무랐다. 한동안 정형외과를 다니며 충격파 치료, 물리치료 등을 거의 한 달간 받았지만 그건 그때뿐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아픈 대로 살아가고 있다.


무릎이 아프고 나니 낮은 신발이 절실했다. 신발장 문을 열어보니 운동화 한두 개와 높은 구두 여러 켤레가 전부였다. 버리지 못하고 있는 그렇다고 신을 수 없을 만큼 낡은 싸구려 구두 몇 켤레도 눈에 띄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일에 찌든 몸을 지탱해주었던 낡은 구두를 모두 버리고, 운동화와 낮은 구두를 샀다. 몇 번 신지도 못한 새 구두들은 신발장 한편에 잘 넣어두며 '무릎이 나으면 꼭 신을게' 라며 마음을 전했다.


아무 무리 없이 건강하게 사용하던 무릎이 종종 아프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즈음 필라테스와 요가 학원을 꾸준히 다녔는데, 필라테스를 한 날은 유난히 무릎이 아팠다. 무릎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몰랐던 탓이다. 여행을 가지 전엔 무릎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고, 바닥에 앉거나 누울 때 무릎에 압박이 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운동을 할 때도 '무릎아 괜찮겠니'를 되뇌며 조심조심 탐색해 본 후 시작한다. 아파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지금 딱 그 모양새다.


어중간한 키를 가진 나는 종종 하이힐을 신고 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으로 나를 사랑해왔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그것을 사고 즐기는 기분이 좋았고, 홀로 떨어진 자취생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사랑한다며 한 일이 나의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누군가는 나에게 "오늘 약속 있어?" 혹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불편하게 힐을 신었어?"처럼 나의 차림새를 평한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나한테 잘 보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