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가씨와 시골 청년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이를 너무 빨리 먹었어"
식탁 의자에 앉아 반찬거리를 준비하던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게 엄마는 50대만 되도 좋겠더라"
엄마는 대답했다.
"예전에는 젊어질 수 있으면 무엇이든 다 준다는 말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10년만이라도 젊어진다면 내 전재산을 다 주고 바꾸고싶어"
나는 말했다.
"나이드니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나지?"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말했다.
잠시 눈앞이 흐려졌다.
재산 한 푼 없이 시골에 터를 잡은 한 청년은 젊은 시절부터 농사일을 하며 살았다.
그리고 시골에서 살고 싶었던 서울 아가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부유하지 않았던 그와 그녀는 그가 살던 작은 집을 고쳐 어머니를 모시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작은 집에는 2살 터울의 남매가 태어났다.
남매는 작은 마당을 운동장 삼아 걸음마를 하고, 달리고, 자랐다.
어느새 유치원생이 되고,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을 지나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그 집을 나섰다.
단란한 다섯 가족은 그 작은 집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
80대의 어머니는 아흔을 바라보던 어느 날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모두 잠든 새벽녘, 작은 집 마당의 노오란 백열등 불빛이 80대 노모가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혔다.
남매가 대학을 모두 졸업하고 나서야,
그와 그녀는 그들의 삶이 되어준 작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다섯 가족의 따뜻한 추억이 담긴 작은 집을 허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시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뜨거운 햇볕아래 땀을 흘려야 했다.
그와 그녀는 60대가 되어서야 작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추억을 담을 새 집을 지었다.
새 집으로 이사가는 날, 그와 그녀는 남매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엄마는 50대만 되어도 좋겠어,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지 못한 것 같아 후회돼"
시골에 살고 싶었던 서울 아가씨, 엄마의 말이 나는 늘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