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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Nov 15. 2018

아일랜드 요정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빈다면,

요정들이 사는 호수, 아일랜드 위클로 글렌다록(Glendalough)


아일랜드 동쪽동네 여행 이야기, 세 번째.




Glenda lough : Valley of two Lakes 

세인트 케빈, 천사들의 안내를 받아 찾아온 호수 

빙하가 녹아 하나의 큰 호수가 되었던 이 곳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침전물을 쌓아 Upper 와 Lower lake 으로 불리는 두 개로 호수로 나뉘었다고 한다. 무려 천사들에게 안내를 받아 이 아름다운 호숫가의 절경을 찾게된 아이리시 성인인 St.Kevin 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수련을 위해 속세에서 빠져나온 St. Kevin은 천사들이 이끄는 곳으로 향했는데, 이 호수가 보이는 동굴을 발견했다. 그는 가죽 옷을 입고 최소한의 식음, 맨발로 지내며 동물 친구들과 수행 생활을 했다 한다. 그러나 곧 그를 따르는 수도승들이 모여들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Round tower와 성당 등 고요한 도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새벽 어스름을 지나 해가 호수 위를 밝히기 시작할 즈음, 동굴 속 세인트 케빈을 깨워주었을 새소리와 함께 수많은 발자국이 스쳤을 수도승들의 마을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 운전 시 Glendalough Visitor Centre 로 가야 주차가 무료. Upper valley 주차장의 경우는 4€.
※ 더블린에서 이동하는 버스 정보  http://www.glendaloughbus.com/




트레일 선택하기 - 어떤 길을 걸을까 


Visitor centre에 들러 0.50€에 트레일 지도를 살 수 있다. 색깔별로 트레일이 나눠져 잘 표시가 되어 있고 각 길이 얼마나 빡센지, 몇 시간이 걸리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쉽지만 2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는 주황색 노선을 골랐다.  뭐든 그렇긴 하다만 지도를 보니 고난의 길일 수록 엄청난 풍경을 숨기고 있는 듯 했다. 어떤 길에는 사슴을 볼 수 있다고 써있기도 하고, 다양한 새와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단다. 좋은 날 오빠와 1박 일정을 잡고 근처 호스텔에서 머물면서 일출을 보러 오기로 했다. 사슴아 다음에 만나여.. 

※ 트레일 코스 시작점 : 방문자 센터 옆에 딸린 화장실 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Lower lake을 따라 초록+주황색 길이 시작된다. 굽이 굽이 마다 색깔 표지가 있어 원하는 트레일을 따라 가면 된다. 


개인적으로 좁은 나무 판자 길 보다는 왼쪽 Green road 가 더 자연과 어울려 걷기 좋았다!
길을 걷기 시작하면 바로 등장하는 Monastic city 의 라운드 타워
 초반 초록색+주황색 길에서 보이는 Lower lake 풍경

아이리시 요정들을 찾아서

아일랜드에는 다양한 요정들이 있다고 한다. fairies, pookas, banshees, leprechauns.. 이런 분들. 나중에 요정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지. 아일랜드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가장 유명한 요정인 레프리칸. 초록 옷을 입고 갈색 수염을 가진 아주 작은 키의 이들은 주로 신발을 고치는 일이 취미고, 무지개의 끝에 금이 가득 든 항아리를 숨켜놓고 사는 분들이다. 이들은 사람에게 잡히면 풀어주는 대가로 소원 세개를 들어준다 한다. 아일랜드 칼링포드에서는 해마다 레프리칸 사냥 대회를 여는데(아이들을 위한), 2011년 대회 직전 온라인 서베이를 진행했단다. 그 결과 아일랜드에 레프리칸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55%는, 요새 아일랜드의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금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많은 레프리칸이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보기가 힘든 것이라 대답했다고... ㅋㅋㅋㅋㅋ 아 이 사랑스러운 종족같으니, 역시 아일랜드 개드립은 한국인들을 뺨친다. 

Lower lake 을 지나고, Poulanass waterfall(분홍색 루트) 이라 불리우는 폭포를 지난다. 그 곁길로 푸르름이 가득한 나무와 초록들을 보며 걷다 보면 저절로 아 요정이 살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금부자 레프리칸을 만나면 어떤 소원을 빌까. 하지만 난 왠지 레프리칸을 만나면 사냥은 커녕 그 위엄 앞에 쫄듯.


눈을 부릅 뜨고 찾아봅시다
요정들의 정원에 잠시 무단 침입


폭포를 지난 후 주황색+빨강색 길을 따라 한 30분쯤 걸었나, 키가 큰 오크나무들 사이로 금세 upper lake 의 절경이 펼쳐진다. 이 곳의 오크나무는 질 좋기로 유명했는지, 바이킹 시대에 두 번째로 큰 바이킹 배에 이곳의 나무들이 쓰였다고도 한다. 


※ 우리가 걸은 길은 계속 포장되어 있는 길이었고 이 포인트까지는 전혀 힘들지 않게 걸어 올 수 있었다. 



흐드러진 헤더 


요 하이라이트 포인트의 벤치에 앉아있던 할배 두 분이, 우리가 오니까 자리를 내주고 길을 나서셨음. 그래서 우리도 다음 사람이 올 때 자리를 비켜줬다.


조금 더 가볼까 하다가, 일정도 있고 곰돌의 체력 안배상 내려오기로 한다. 우리의 여행 철학은, 어디든 아쉬움을 남겨야 또 올 수 있다!이므로, 섭섭함 보다는 씨유쑨을 외쳐놓고 내려왔다. Upper lake 를 보기 위해 내려왔는데 호숫가의 파도가 일렁이니 참지못하고 발 담그러 들어가 봄.


Upper lake 을 밑에서 보기 위해 보라색 루트의 시작 부분으로 걸어왔다.



오리들과 빛나는 호수


돌아갈 때는 호수 저쪽 반대편으로 걸어나왔다. 오는 길 호수 밑에 떨어진 동전들이 금빛으로 빛난다. 레프리칸들이 모아놓은 금덩이들 같다.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소원 세 가지를 정리 해본다. 소원 세 개가 별거라고 딱 안골라진다. 그냥 다음에 올 때는 바라는 것 세가지 쯤이야 고민하지 않고 한 번에 외칠 수 있기를 바라보고 만다. 레프리칸님들께 넘나 시시한 소원이다. 좀더 되바라진 인간이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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