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몸 마음 탐험기
스스로 제약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돈이 없으니까 이것도 저것도 하면 안되겠지 하고 생각하던 것들.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그랬다.
옆 동네 솔트힐 내가 좋아하는 바에서 맥주 한 잔에 고구마 튀김을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술도 잘 못 마시니 파인트 보다 작은 글라스 한 잔이면 충분했다. 맥주 몇 모금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집에 가는 길이면, 작은 글라스 잔 같이 조그만 죄책감도 같이 달아올랐다. 참을 수 있는, 금방 지나가 버리고 마는 쾌락에 10유로씩이나 낭비한 건 아닐까 하고. 큰 죄책감이 찾아올 만큼의 거대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제약과 스스로 박탈하는 것들의 에너지가 하나 둘 쌓이니 아주 촘촘하고 커다란 그물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을 달리 먹어보기로 했다. 그물을 들추고 나와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돈이 없으니 하지 말자가 아니라, 있는 돈으로 다 해보기로. 돈은 어디선가 굴러들어 올 거라고 믿어 보기로. 모든 가능성을 맘껏 열어 보기로 한다. 좋고 신나는 작은 에너지들이 반대로 쌓이면 아주 촘촘하고 커다란 파워 자석같은게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온갖 신나는 일들을 마구 끌어당기는.
돌아가신 친할머니는 내가 아주 어릴 적 부터 십원짜리 백원짜리 하나부터 아끼고 모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신나는 생각을 했다가도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서 눈이 휘둥그레 걱정하실 것이 눈에 훤했다. 착한 척을 잘하지만 결국엔 뒤돌아 이상한 모험을 기어이 하고야 마는 손녀인 것을 우리 할머니는 잘 아시겠지. 그래서 늘 뒤에서는 결국 손녀가 가는 그 길을 기도해 주셨다. 잠시 할머니 걱정을 했다가도 왠지 할머니의 기도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큰 파인트에 맥주를 마셨다. 한 손에는 고구마 튀김을 들고 꿀꺽 꿀꺽 춤을 추며 마셨다. 그리고 빨간 얼굴에 빨간 노을과 함께 파인트 만한 행복함을 실컷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