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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Apr 23. 2019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아일랜드 몸 마음 탐험기 _ 나에게 친절해 지는 건 

머리로만 알던 것들을 몸으로 다시 배운다. 내 스스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고 울프강이 물었다. 나는 나와, 내 고통과, 내 불편함과, 내 몸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프강은 내가 삐뚤어진 몸을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나는 나무는 어디에도 없다고. 똑바르지 않은 나무에게 왜 똑바르지 않냐며 판단하고 다그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책을 읽든, 영상을 보든, 누구를 만나든, 신기하게도 자꾸만 비슷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배제하지 말고, 포함하는 것에 관한. 나에게 친절해지는 것에 대한.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몸에 불편함이 느껴지면 자동적으로 늘 하던 생각들이 돌아왔다. 고치고 싶다. 안 아프고 싶다. 힘을 안주고 싶다, 하는 곤두선 마음이 또 채찍을 들고 서 있었다. 


나의 목표는 이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몸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라고 또 다시 몇 번이고 마음에게 말해 주어야 했다. 마음의 칠판에 폰트크기 40의 빨간색 궁서체로 써 있는 기존의 목표를 지우고, 작고 부드러운,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글씨를 골라야 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무 것도 컨트롤 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도록 두면 된다고. 


변화를 원하는 마음을 먹기 위해 지나야 할 산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아주 겹겹이도 세세하다. 그만큼 내가 그 동안 노력해온 (헛)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물이 겨울 정도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산책길을 걸었다. 구름에 가려 있던 해가 잠시 고개를 내미니 갑자기 온 지구가 밝아진다. 봄의 들판을 보는 나의 마음은 한없이도 너그럽다. 바람도 공기도 색깔도 모두 부드럽다. 나도 지구의 일부니까, 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하면 되지 않을까. 나에게 친절해진다는 건 그런 거 아닐까. 봄을 바라보고 맞이하는 마음과 같이 나를 바라보고 맞이하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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