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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May 01. 2019

#4. 살아 숨 쉬는 사워도우 피짜

초보 지구특공대의 일기

; 땅 불 바람 물 마음




작년 사워도우 빵에 대해 배우고 굽기 시작한 후부터, 발효, 빵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학교 동기 올리브가 소화 잘 되는 빵이라 소개해 준 후부터 사 먹기 시작한 발효 빵! 폴란드 사워도우 빵에 정착하여 계속 먹다 보니 속은 편하고 맛도 있는데 비닐 포장, 보존제가 들어간 것이 맘에 걸려 빵을 한 번 구워볼까 싶었다.


역시 구하면 얻는다고, 바로 코 앞에 발효 장인 한 분이 계셨다! 역시나 학교 동기인 필립이 하루 날을 잡아 우리 집에서 사워도우 굽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실패와 탐구와 모험을 거듭하며 시작된 나의 사워도우 사랑의 여정…


빵에 대한 개념은 사워도우를 굽기 전과 후로 나뉜다. 빵이 그냥 빵이었던 세상과, 빵의 탄생을 경이로 바라보며 이 신비로운 생명체와 상호작용하게 되는 세상. 이름마저 Mother라고 불리는, 사워도우 스타터에 매일 밀가루와 물로 된 밥을 준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부글부글 살아있는 마더와 마주할 수 있다. 더도 덜도 필요 없이, 물과 소금과 밀가루에 잘 발효된 마더를 넣는다. 다음 빵을 위해 사용할 마더를 위해 이 중 일부를 덜어 놓는다. 손으로 밀이 가진 자연적 특성을 발화시키도록 주무른다. 인류의 진화로 얻은 이 손으로 마치 축복받은 마법을 일으키는 것 같다. 이제 나머지는 시간과 공기에 맡긴다. 공기 속의 생명들(유산균)이 시간과 상호작용하면, 갓 태어난 아기 같이 뽀얗고 아름답고 보드라운 반죽이 탄생한다. 반죽이 가장 성장하였을 때, 활활 끓는 불과 만난다. 그러면 또다시, 반죽은 모습을 바꾼다. 밀이 가진 숨겨진 모든 영양분들이 가장 온전히 빵 안에 담긴다. 그리고 이 빵은 우리의 장 안에 들어와 소화를 돕고 유익균들에게 밥이 되어 주고, 면역과 영양을 충전해 준다. 끊임없는 재탄생의 과정이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담아 빵을 구웠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모로코에서는 빵이 너무 신성하여 칼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는 빵을 굽기 전 약간의 반죽을 떼어 축복의 기도를 올린다. 틱낫한은 빵은 우주의 몸이라 하셨단다. 빵의 신비에 한 번 발을 담그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와, 방법과, 그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당연한 건강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사실 너무 당연한데 이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랍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사워도우 베이킹 입문을 추천한다. 단순히 먹거리의 건강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효율적으로 빨리 만들어진 글루텐 덩어리가 아니라, 사실은 오랜 지혜혜와, 땅과 공기와 시간으로 아주 절묘하게 만들어진 살아 숨쉬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그 살아있음의 과정을 오감과 내장과 손과 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가지가지의 사워도우 시리즈를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 사워도우 브레드, 포카치아, 베이글, 스콘, 식빵…. 등등! 밀가루가 들어가는 모든 요리를 인공적인 이스트 대신, 사워도우 마더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다. 때론 2박 3일이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보존제가 들어간, 영양소들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은, 소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은 없이 글루텐 성분만 남은 시중의 빵들은 먹기엔 너무 멀리 걸어나왔다. 그리고 공기 방울이 숨 쉬는 뽀얀 반죽이 눈 앞에 자꾸 아른거려서도 그렇다..!  


오늘은 지난번 실패했던 사워도우 피짜(레시피는 요기)에 다시 도전. 역시나 가장 큰 공은, 유튜브 이탈리아 피쩨리아 아저씨께로 돌아간다…. 반죽 안에 공기를 밀어 피자 크러스트 쪽으로 살살 옮겨주는 것이 생명이라고 알려주신 덕에 화덕 없이 굽는 이태리 피짜는 대성공..!!! 사워도우 만세, 유튜브 만만세.


" All cooking is alchemy.. it is transformation. But the bread is the greatest alchemy of all. Take a small amount of food and turn it into a large amount of food that can feed a lot of people. Out of thin air, literally out of thin air. The words sprit comes from wind, comes from air. And it's no accident. The spiritual dimension is the one that you can't really grab hold of. It is like a breeze. Exactly what we need to make this wonderful food is democratically available to everybody in the air. It really is a miracle.
모든 요리는 연금술과 같습니다. 완전한 변화가 일어나죠. 그중에서도 빵을 만들 땐 가장 위대한 연금술이 펼쳐집니다. 가장 적은 재료로, 매우 많은 이들이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음식이 탄생합니다. 정말 흔히 널린 이 공기로부터요. 정신spirit이라는 말은 바람, 공기에서부터 유래합니다. 괜히 그러한 게 아니에요. 영적인 차원은 우리 손에 잡히지 않죠. 마치 산들바람과 같아요. 우리가 이 마법 같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다 이 공기 중에 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 민주적으로 허락되어 있지요. 정말 기적과 같아요.  "
- from Netflix series <Cooked> #3.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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