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지만 내가 쓴 글을 사람들 앞에서 읽었으니 생애 첫 낭독회를 가졌다.
'좋은 생각'에 기고한 엄마의 보리차라는 수필이다.
첫 응모한 글이 좋은 생각에 실린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내겐 보상이었다.
그런데 주위 지인들로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그 결과로 낭독회까지 한 것이다.
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부서에서 어버이날을 기념해 엄마의 보리차를 읽었다.
수없이 읽었고 대단한 자리는 아니었기에 전혀 떨리지 않았다.
덤덤하게 책을 펼쳐들고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데
'어라.. 내 글이 이랬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 중 울컥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낭독을 하면서 울컥함을 느꼈다.
순식간에 애틋하며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거리며 올라오자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서둘러 낭독을 마무리하고 자리에 들어왔는데 이 낯선 기분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내 글을 소리내어 읽고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들을 느끼는 것. 글을 쓴 뒤로 처음 경험해보는 교류였고 낭독회를 여는 이유도, 낭독회에 가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에세이쓰기는 취미 생활로,
본업에 충실하겠다 마음 먹은 뒤로 소원해졌었다.
소원해진 마음 위로 작은 불씨가 던져졌다.
나의 작고 사소한 일상의 열매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받고 응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기를 소망하게 되었다랄까.
여유라곤 찾기 힘든 하루 중에도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글을 쓰는 시간을 꼭 만드리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