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공모전에 내려다 분량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끝낸 글이 있었다. 가족 모두 잠든 밤에 여유를 겨우 가지고 써내려 갔던 글을 놀리는 게 아까워서 [좋은 생각] 에세이 코너에 응모를 했다. 여러 번 떨어진 사람도 보았기에 첫 도전만에 되겠냐는 마음으로 잊어버렸었다.
봄은 대체 언제 오는가 싶은 흐린 날들이 연속되던 어느 날, 서울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그저 스팸이라 여겨 받지 않았다. 띠링. [좋은 생각] 편집자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응모한 원고와 관련해 연락했는데 부재중이더라고, 연락을 달라고. 이게 무슨 일이지? 콜백을 했더니 원고를 싣고 싶다는 전화였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통화를 끝내고 나니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지 기분이 방방 떴다.
내 글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니까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 모임에도 소식을 알리고 친동생에게 슬쩍 말했더니 나보다 더 기뻐한다. 월간지 한 페이지일 뿐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내 글이 닿을 거란 생각을 하니 감격이 차올랐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 하나가 더 늘었다.
나에게 거창한 건 소설이었다. 소설은 재능의 영역이 크기 때문에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어 나의 영역이 아닌 대단하다고 느끼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생 때부터 에세이 책을 사서 읽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비단 소설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쓸 수 있기에 누구나에게 와닿을 수 있는 수필도 좋은 글일 수 있다. 나만의 경험이나 감정이 타인에게 닿는다는 것은 고르고 고른 단어로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이니까.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타고난 재능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글에 대한 애정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
피천득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수필은 강렬한 인상파의 그림이 아닌 은은한 수채화나 안개 낀 정원 같은 글이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었다. 나의 글이 특징적이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게 바로 수필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용기를 얻어 오늘도 자판을 두드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