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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Oct 25. 2023

아이의 기관생활과 책육아

유치원에 다니지만 여전히 책육아

 만 47개월 가정보육을 끝내고 처음으로 아이가 기관생활, 즉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정보육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외부 도움 없이 오롯이 감당해 내야 하는 육아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아프거나 특수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았지만 일상에서는 아이와 나, 그리고 퇴근 후 남편의 도움 정도였다.)


 이만하면 많이 버텼고 잘 해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일반육아가 아닌 책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참 많았다.

 나만큼 내 아이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자부하는데. 혹시나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 텐데 책육아에 안 좋은 영향을 주면 어쩌나. 등등 걱정은 끝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 협동놀이가 가능할 만한 개월 수가 되었고 사회성을 연습하는 것도 필요한 아이, 그리고 앞으로 엄마 품을 점차 떠날 아이의 빈자리를 채울 나의 꿈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 결단하게 되었다.


 



 적응기간 없이 처음으로 등원하고 몇 시간 동안이나 유치원에서 생활을 한 아이는 다행히도 잘 적응하는 듯했다. 생일이 늦는 아이들의 미숙함 때문에 아이가 속상해하는 일이 생기긴 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아이는 엄마와의 돈독하게 잘 형성된 애착관계와 책으로 다져진 대처 능력으로 잘 극복해 내었다.


 유치원에 가기 전에 집에 있는 유치원 생활과 관련된 동화들을 찾아 읽고, 예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고 대처하면 좋을지 아이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가장 큰 걱정이었던 집에서 책 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책의 바다가 아닌 평소 생활과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분명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니 책을 읽는 시간도 줄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양은 채우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틈새 시간에 독서하는
습관 덕분이었다.

 어른들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자투리 시간에만 독서를 해도 충분하다는 말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도 각 잡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건 책의 바다가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읽지 않는다.

 밥 먹으면서 보고

 응가하면서 보고

 잠자기 전에 보고


 모두 자투리시간에 책을 찾도록 이미 몇 년 전부터 습관을 들여놓았더니 주로 생활하는 장소에 변화가 생겼지만 아이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보는 중이다.


 밥 먹을 때, 응가할 때 책 읽는 습관이 누군가의 눈에는 좋지 못한 습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책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한 권이라도 더 책을 보고 책 읽기가 일과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책 읽는 어른으로 자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좋지 못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면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3가지 틈새 시간으로 책 읽기를 습관으로 잡아놓은 덕분에 기관 생활로 줄어들 뻔했던 책 읽기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책육아가 이어질 수 있었다.


 유치원 하원 후에는 태권도나 다른 학원은 다니지 않고 날씨가 좋으면 바깥에서 놀고 아니면 집으로 들어와 논다. 놀며 쉬며 책도 읽는다. 책육아의 꽃이라고 하는 초등학교 때도 책육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유치원 때부터도 책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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