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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Nov 02. 2023

한 끗 차이 책육아

희생이 아닌 충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육아

  책육아에서 가정보육은 떼기 어려운 단어이므로 오늘은 가정보육을 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두 시간마다 배고프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기저귀 갈아주고 젖병 씻고 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 간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그리 길진 않다. 정신 없는 생활에 적응해갈때쯤 어느덧 아기는 밤에 좀 더 길게 잠을 자고 깨어 있을 때도 조금씩 논다. 아기가 밤에 잠이 들고 나면 남편과 야식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힘들었던 몸을 쉬게 한다. 또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아이가 기어 다니고 물건을 잡고 걸어 다니다가 이내 혼자서 걷고 커간다.


 그렇게 1년, 2년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엄마인 나는 문득문득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 먹고 퇴사를 했을 때도 다시 일할 기회가 왔을 때도 나보다는 아이를 고려해 지금은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분명히 내가 내린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씁쓸한 기분이 쉬이 떨쳐지지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도 밀려 든다.


 아기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다시 사회로 나갈 수는 있을까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어쩌나

 그렇게 집에만 고여 있다가 아이가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내 시간이 많아졌을 때에는 막상 할 일이 없다면 어떡하나.

 아이도 나를 찾지 않고 사회에서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할까.


물론 나처럼 깊게 고민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겠다. 나도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만 키운 지 2년, 3년차가 되어가자 그 걱정과 불안은 현실로 느껴졌다.


 경력 단절 여성이 내가 되다니.

 정체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고 어떠한 희망도 느껴지지 않아 무기력이 찾아오는 날들이 늘어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외에 나의 도파민을 자극시키는 일은 없었다. 아이가 잠을 자면 스마트폰이 유일한 내 친구였다. 점점 건강 관리도 소홀하게 되고 살도 찌고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 내려갔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가 돌만 지나도 어린이집에 잘만 보내던데. 나는 왜 기관에 보내지 않고 육아만 하면서 집에 고여 썩어가고 있는지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던 나는 겨우겨우 책 한 권을 펼쳐들고 읽고 있다가 무릎을 탁 쳤다.



 엄마의 희생을 강조하는 육아를 하면 누구나 지치게 마련이다. 아이가 어린 현재에 충실한 육아는 엄마도 성장시킬 수 있다

 책육아, 가정보육은 남이 아닌 내가 선택하는 육아이다. 아니 어느 육아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등떠밀리듯 육아를 할까.


 자발적으로 내가 선택한건데.


 생각의 한 끗 차이가 나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져 올렸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재밌는 걸 찾듯이 나도 즐겁고 재밌는 걸 찾았다. 아이의 놀이 중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다른 걸 하거나 각자 시간을 보냈다(엄청 짧을지라도)


 능동적인 육아의 태도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아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순 없지만 육아에 대한 태도는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내 마음을 붙들어주는 책들을 찾아 읽으며 다신 오지

않을 순간들을 즐겼다.


 육아로 힘든가요?

 맞아요. 정말 어렵고 힘들어요.

 그런 육아를 하면서도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책육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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