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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사다리, 그 오만함

by 지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이 책에서 데이비드는 박테리아에서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인 '자연의 사다리'에 집착한다.


이러한 계층구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음에도, 그는 끝까지 이 사다리를 놓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서든 그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다시 현기증을 불러들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방금 자신의 형을 앗아간 세상 앞에서 상실감에 가득 차 떨고 있던 어린 소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세상 앞에서, 그 세상을 전혀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겁에 질린 무력한 아이로, 그 계층구조를 놓아버리는 것은 삶의 회오리바람을 풀어놓는 일, 방향 감각을 앗아가는, 혼돈이었을 것이다."


데이비드는 인생에서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을 '계급의 사다리'라는 것으로 통제하려 했다.

세상을 '오만한 잣대, 사다리'로 평가하고, 나누며 무언가를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으며 더 큰 오만함을 만들어갔다.


데이비드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A가 있다.

누구의 주변에나 있을 법한 인간이다.


A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 원인을 본인이 아닌 바깥에서 찾고, 탓한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면 질투한다.

어떤 사람을 깎아 내리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치켜세운다.

옹졸하고, 쪼잔하고, 오만하다.


나는, A에게 참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렇기에 그와 멀리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와 A는 겹치는 지인이 너무나 많고, 나는 그를 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를 가까이하며 애정을 가지는 것도 잠시, 다시 상처를 받고 멀리하고, 다시 가까이하고,,,, 반복하기를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A를 마음속에서 끊어내고 불쌍하게 바라보려 한다.

상처를 주는 A가 정말 미웠는데,

미워하는 마음은 내 자신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A는 그냥 불쌍한 사람이다.

자기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 오만하게도 본인만의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본인만의 계급'을 만들어 어떤 사람을 칭송하고 어떤 사람을 무시하는 오만함의 끝.

그래. 그냥 불쌍하게도 평생 다른 사람을 통해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사람.


오늘 하루, 혹시 A같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저 그를 불쌍히 여기라 말해주고 싶다.

그의 오만함은, '계급의 사다리'는 살아가기 위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동아줄인가보다.

살기 위해 어리석게도 발버둥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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