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놈
한번도 ‘그런말’을 한적이 없는데.
상대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내 잘못인걸까. 내 화법이 문제인걸까.
그의 말에 따르면 결국 항상 내가 잘못이다.
대화를 시도한 내 잘못, 깊은 마음 속 애틋함과 걱정으로 찾아온 내 잘못이다.
난 그저 정상적인 대화와 생각을 나누고 싶을 뿐인데.
이 마음조차 문제였나보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 절대 좋게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적어도 그 좋은 마음이 전달되지 않으니까.
결국 난 ’그를 개무시한, 싸가지 없는 놈’이 될 뿐이다.
결국 난 ‘싸가지 없는 말때문에 망한 놈’이 될 뿐이다.
결국 난 ‘백날 좋은 일해봤자 욕먹는 망한 놈’이 될 뿐이다.
수 십년째 왜 난 항상 나쁜 놈인지 모르겠다.
그만하고 싶은데, 멀리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게, 내 마음대로 피할 수 없다는게 슬픈 밤이다.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차가운 밤공기가 조금이나마 환기가 되어줄까 하여 정처없이 걸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그가 있는 곳과 반대로 걸었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얼른 들어와.”
다른 사람인듯 상냥한 말투, 당황스럽다.
그는 항상 이런식이다.
나는 안 끝났는데, 내 상처는 아직 그대로인데.
그는 담배 한모금에 이미 상황 종료인가보다.
결국 나만 또 ‘뒤끝있는 놈’이 된다.
그저 닥치고 있는게 최선이다. 이게 그저 최선이다.
이불 속에서 그저 바라고 있을 뿐이다.
아무 일도 없는 그저그런 내일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