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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ating Kabin Oct 08. 2015

Brunch in Agnes B.

유달리 화창한 홍콩의 오늘, 난 그저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싶었다.

어김없이 8시 반에 알람이 울렸다.

두시 반에 잔 것 치고는 너무나도 잘 일어나서 이상하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날씨가 엄청나게 화창했다.

홍콩에서 햇살 때문에 일어날 때도 다 있구나.


빨간 사과 하나 물고 부랴부랴 9시반 수업을 들고 난 이후에도 날씨는 여전했다.

태풍 무지개가 기승을 부린 이번 일주일, 홍콩에는 내내 차가운 비가 내렷다. 태풍이 몰아치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이제 가을에 내릴 비가 다 내린건지 오늘은 정말 구름 한 점 하늘에 없었다. 습하지도 않았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그냥 보내기 아까웠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 참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학교 건물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Agnes B. l.p.g. 저 LPG의 약자가 무엇인지는 모르겟지만 긴 이름만큼이나 항상 호기심을 유발했던 곳이다.

...비싸 보여서 들어가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들어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커피도 맥도날드나 세븐일레븐에서 사먹는 가난한 유학생이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고민하였지만, 날이 날인만큼 오늘은 한껏 사치를 부려보기로 하고 들어갔다.

이국적인 모습의 카페 내부.

카페에는 따듯한 햇살 아래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여유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러울 만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카운터 앞으로 갔다.

에스프레소가 25불 정도로 가격이 꽤 나가는 곳이엇지만 배가 고파 정신이 없었던 나는 일단 all-day breakfast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a cup of espresso with all'day breakfast.

조금 앉아서 카페를 구경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큰 접시에 적당한 양의 음식이 담겨 나왔다. 올리브유에 살짝 볶은 체리 토마토는 풍미가 특히 좋았다. 깨물자마자 육즙이 살살 흘러나왔던 소시지 역시 참 맛이 좋았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페 창 너머로 바라본 거리의 모습.

이 카페 근처에는 호텔이 많다.그래서 창문 너머로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오고 가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자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에게는 삶의 터전. 저들에게는 여행의 일부분.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나에게는 특별한 추억이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하루이겠지.'

카페 창 너머로도 세계 각국에서 왔을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만, 그들이 느끼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것과 확연히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나 집은 있다.

내 집을 떠나면 그 곳은 여행지가 된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보고 만지고 느낀다. 그 경험이 새로워서 우리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에 쫒겨 사는 우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리저리 다녀도 되는 여행을 동경한다.


가끔 하늘을 보면 비행기가 종종 보인다.

바쁜 일상에 쫒기는 요즘, 나는 비행기가 부럽다.

오늘 이렇게 돈을 쓰면서까지 여유를 부리고 싶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까.

아닌 때에 객기 한번 부려보고 싶어서.

바쁜 일상에 브런치나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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