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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20. 2019

상담센터 첫 방문

나를 마주하기

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면서,   나도 상담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문제는 없었는데 또 문제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일부 강박적인 면도 있었고, 불안감도 느끼고 살고 있고, 어떨 때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모든 것이 무기력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3학년 1학기에 학교 게시판에 뜬 상담 공고를 보고서는 나도 가서 해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바로 이 메일을 보내서, 시간을 잡아 보려고 했는데 몇 번 일정을 변경하다 보니 흐지부지 되었었다. 사실은 상담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려웠던 것도 같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고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또 어떤 판단이나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걱정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날 것의 나 자신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하는 특강을 들으러 직접 센터에 방문할 일이 생겼다. 보통 특강을 금요일에 해서 나는 참석하기 어려웠었는데 “마음챙김 인지치료” 이 내용이 조금 끌려서 회사에 반차를 내기로 했다. 가서 특강을 듣다가 쉬는 시간에 심리상담을 해준다는 신청서를 보고, 일단 신청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 번에는 진짜 해 봐야지. 일단 시작이 중요하니까.  연락처를 적고 왔다.


얼마 뒤, 상담사 분이 배정이 되어서 연락이 와서 상담 시간을 잡게 되었다. 드디어 가는 것인가? 조금 떨리고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얼마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고, 나도 모르게 상처를 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특별한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내 속의 잠자던 문제들이 다 잠을 깨는 건 아닐까.


접수 면접을 진행했다. 인적 사항, 동의서 같은 것을 쓰고, 어릴 때 기억, 학창 시절, 가족들 이야기 등을 간단하게 질의하시고 대답했다. 그동안 까먹었던 기억들이 살아났다. 신기했다. 현실을 살다 보니 까먹었던 과거의 나는 조금 지질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빛 바랜 사진 속의 어린이를 생각해보면 짠하고, 대견하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힘들게 살고 있구나.


그리고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

성인 문장 완성검사 (SCT)

HTP 그림검사 (House Tree Person)

MMPI-2 (다면적 인성검사)

그리고 TCI (기질 및 성격검사)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심리검사에 대해서도 써봐야겠다.


상담사님께서는 나에게 상담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셨다. 글쎄, 어떤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은 아니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 대답의 깊은 속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최근 남편이 아파서 수술을 받았던 일, 어느 날 출근길에 안전사고를 당한 후 약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이 불안감이 생긴 것들, 회사가 가기 싫고, 특정인에게 화가 나는 것도, 아픈 남편에게 화를 내기도 했던 일, 뭐 문제야 많았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저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음 9회 차를 지나며 꺼내놓을 수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상담센터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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