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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Dec 13. 2015

엘리노어 릭비

I know

1. 사랑한다는 것과 아는 것


her 편에 의하면, 연애시절 잔디밭에서 놀던 장면에서 엘은 코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코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엘이 다시 코너를 찾아왔을 때 코너는 그제야 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엘은 I know. 라고 한다. 엘이 안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나도 너가 나를 사랑한다는 점을 알겠다. 혹은 나도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 일까. I love you, too. 가 아닌 I know. 라는 대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에서는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내린 결론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 나는 너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나를 아는 것이다.                                                                                                                                                                                                                      

코너의 가게를 찾은 엘에게 코너는, "당신이 있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떠나고 나니 다 모르겠더라." 라고 했다. 코너가 한 말은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적어도 사랑했었다.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향한 말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2. 슬픔에 맞서는 자세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 둘이 함께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이를 어떻게 다르게 극복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대부분이 짐작하던대로 her 버전에서는 여자의 입장이 주로 더 대변되고 him에서는 남자의 입장, 그리고 them은 him과 her의 종합판이다. 

him 버전은 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부터 시작하고, her 버전은 여자가 자살 시도를 할 만큼 힘들었을 때 부터 시작한다. 같은 장면일지라도 서로가 기억하는 표정과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과연 상대와 관련된 것들을 정말 다 안다고 할 수 있는지? 이렇게 함께한 기억도 왜곡되기 마련인데.

엘과 코너는 부부이고, 똑같이 자식을 잃었지만 슬픔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은 달랐다. 코너는 최대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었고, 엘은 이 슬픈 현실을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엘은 실제로 떠나버렸고 코너는 여기에 남겨졌다. 한 사람은 떠났고 한 사람은 남았지만 실은 둘 다 모두 그 슬픔으로부터 도망간 것이다. 

남겨진 코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는 몰라도 엘과 어떤 대화라도 해야겠다고 드디어 깨닫게 되었고, 떠났다 돌아온 엘은 무작정 피하지만 말고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상대방이라는 존재 자체로는 절대 위로가 되지 않지만 (슬픔을 같이 겪었을지라도), 상대방이 있어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랑하는 상대방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게 되고, 거기에서 살아나갈 방도를 찾는다.


3. 시간차와 거리차


코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도망친 엘의 뒷 편으로 아래와 같은 그래피티가 보인다. 

Love isn't missed by minutes. 
It's missed by miles.           


                                                                                         

                                                                                                                                                                                                                                          엘과 코너는 아이를 잃었을 때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고, 결국 물리적으로도 멀어졌다. 


엘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삶을 떠나려고 했고, 코너와 함께한 뉴욕의 아파트를 떠나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숏컷이 되어 다시 나타난 엘이 길을 걸을 때에도 아주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코너에게서, 혹은 모든 것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빠르게 걷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전 그들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엘의 뒷 모습은 조금 달랐다. 다시 삶을 살기 위해 거리를 좁혀보려는 느낌. 특히 마지막 코너의 뒤를 따라가던 엘의 시선에서, 그리고 코너가 뒤를 돌아 엘을 바라볼 때, 다시 같은 공간 안에 이들이 있었다. 

떠나버리면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돌아온 엘은 코너와의 거리, 세상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스스로의 감정을 다시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Beatles - Elenor Rigby (a.k.a. All the lonely people) 

https://www.youtube.com/watch?v=k9Itt02QOO0                                                  



http://yosuke2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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