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빌라인생

빌라인생1

무언가 간절해지는 공간이 있다. 빌다보면 이뤄지는 것도 있다

Intro

빌라인생


무언가 간절히 빌고 싶은 시간이 있다.

무언가 간절해지는 공간이 있다.

빌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빌고 빌다보면 이뤄지는 것도 있다.


전입신고


4년의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얻은 내 집. 아니 내 방이라고 해야하나. 아, 내 방도 아니구나. 고향친구 2명과 함께 살았으니 우리 방이라고 해야지. 이름도 아주빌라. 누가 언제, 어디서 봐도 빌라인 그곳에서 처음으로 전입신고라는 것을 하게 됐다. 전입신고. 이름도 거창하다.

직장을 다니는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두 녀석은 보증금과 월세를 아끼기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진 돈과 공간에 끼워 맞췄다. 셋이 발 뻗고 누우면 가득 차는 단 하나의 방, 변기에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화장실, 요리하기 싫은 부엌. 벽면은 행거로 가득 찼고 좁은 공간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어졌다.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춥고. 습기와 곰팡이와 함께 하며 1년 반이라는 시간도 그곳에 갇힌 채 무기력하게 흘러갔다. 집을 잘못 구했다는 후회만큼 보증금도 조금 떼이고 우리들의 첫 빌라 생활은 끝났다. 빌라 생활은 끝났지만 우리들이 빌던 것들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공무원 시험 재수, 한 사람은 휴직하고 군대에 가게 됐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다시 전입신고를 하게 됐다. 전입신고. 신고합니다! 이경 000은 전입을 명 받았기에...

오른다. 오른다. 또 오른다.


억! 전역을 하고 났더니 내 나이와 집값만 올라있다. 정말 '억'소리나도록 끊임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단 하나의 선택지도 없이 다시 빌라에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빌라다. '내려라. 제발 내려라.' 빌고 빌어도 눈 뜨고 일어나면 부동산 값이 올랐다는 소식들 뿐이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해도 앞으로 몇 년은 빌라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방법이 있으랴. 내가 살게 된 이 빌라라는 공간에서 빌라 인생을 즐겨보련다. 빌고 빌다보면 이뤄지는 것도 있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