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얻은 내 집. 아니 내 방이라고 해야하나. 아, 내 방도 아니구나. 고향친구 2명과 함께 살았으니 우리 방이라고 해야지. 이름도 아주빌라. 누가 언제, 어디서 봐도 빌라인 그곳에서 처음으로 전입신고라는 것을 하게 됐다. 전입신고. 이름도 거창하다.
직장을 다니는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두 녀석은 보증금과 월세를 아끼기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진 돈과 공간에 끼워 맞췄다. 셋이 발 뻗고 누우면 가득 차는 단 하나의 방, 변기에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화장실, 요리하기 싫은 부엌. 벽면은 행거로 가득 찼고 좁은 공간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어졌다.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춥고. 습기와 곰팡이와 함께 하며 1년 반이라는 시간도 그곳에 갇힌 채 무기력하게 흘러갔다. 집을 잘못 구했다는 후회만큼 보증금도 조금 떼이고 우리들의 첫 빌라 생활은 끝났다. 빌라 생활은 끝났지만 우리들이 빌던 것들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공무원 시험 재수, 한 사람은 휴직하고 군대에 가게 됐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다시 전입신고를 하게 됐다. 전입신고. 신고합니다! 이경 000은 전입을 명 받았기에...
오른다. 오른다. 또 오른다.
억! 전역을 하고 났더니 내 나이와 집값만 올라있다. 정말 '억'소리나도록 끊임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단 하나의 선택지도 없이 다시 빌라에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빌라다. '내려라. 제발 내려라.' 빌고 빌어도 눈 뜨고 일어나면 부동산 값이 올랐다는 소식들 뿐이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해도 앞으로 몇 년은 빌라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방법이 있으랴. 내가 살게 된 이 빌라라는 공간에서 빌라 인생을 즐겨보련다. 빌고 빌다보면 이뤄지는 것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