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트 가는 길

스르르

비를 긁는 차 소리가 들린다.

인간에 꽃도 사치라고 여겼을까.

이번 봄은 정말 짧구나.  


꼬르륵.

내게 삶의 의지가 있없든  소리는 울려퍼진다.

냉장고 문을 연다.

뭐가 있긴 한데 이상하게 요리할 수가 없다.

대체 뭘로 차있는 걸까.

요리 후에 남겨진 것들만 차곡차곡 쌓인걸까.

냉장고 문을 닫는다.


문을 연다.

우산을 편다.

마트를 향해 걸어간다.

살려면 먹어야겠지.


콘크리트 길 위에 비가 흐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그냥 흘러 간다.

머무를 곳이 없었는지 내 신발로 스며든다.

땅을 보며 걷는다.


마트에 도착할 즈음 고개를 든다.

자동차가 박은 콘처럼 찌그러진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보인다.

녹슨 우산 살이 툭 튀어나와 있다.

투명한 우산이 그를 투명하게 비춘다.


너무 느린 걸음이지만

같은 행선지를 향해 나보다 먼저 걷고 있었음에

내 발걸음을 늦춘다.


툭. 그는 우산을 마트 입구에 그대로 던져 놓고 들어간다.

톡. 나는 우산을 우산 꽂이에 넣고 들어 간다.


그가 소주 한 병을 산다.

나는 참치 통조림, 떡, 어묵을 산다.


그가 우산을 다. 끝까지 올려도 찌그러진 우산을 쓰고 그가 걷는다. 소주 한 병이 점점 멀어진다.

나는 우산을 편다. 나는 걷는다. 손에 든 봉투를 꽉 쥔다.


꽃은 후두둑 지고

비는 계속 내린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