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아저씨처럼 될래요.

014. 유재석 아저씨처럼 될래요.

어렸을 때 난 친구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놀이를 주도했고 대화할 때는 입이 제일 큰 빅마우스 친구였다. 물론, 친구들과 있는 음지에서만 말이다. 학급 반장이나 수업 발표로 선생님께 예쁨 받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각설하고,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선생님을 하면서 나를 닮은 학생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새하얀 피부에 안경 쓰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늘 장난칠 것만 생각하는 민호. 녀석은 틈날 때마다 친구들을 웃기려고 노력했다. 연극 공연을 할 때도 주인공을 맡아서 어찌나 익살스럽게 잘하던지.

한 번은 녀석에게 “넌 꿈이 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저는 유재석 아저씨처럼 될 거예요.”


빛나는 눈동자로 당당하게 말하던 민호. 녀석의 말에 잊고 살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려왔다.

2003년 11월, 내가 열세 살이던 때였다. MBC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서 1호로 ‘기적의 도서관’이 순천에서 개관하게 됐다. 친구들과 난 자전거를 타고 늦지 않게 가서 자리 잡았던 걸로 기억한다. 유재석 아저씨가 오기 때문이었다. 유재석 아저씨는 정말로 왔고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멋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 그때 내 꿈은 민호와 마찬가지로 유재석 아저씨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땐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00처럼 될래요.’라는 말은 어른인 난 감히 못 하는, 아이들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민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모습 속엔 잊고 살던 어린 내 친구들의 모습이 묻어있다.


경찰을 꿈꾸던 동희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정현이는,

화가가 되겠다는 성민이는 다들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 '

꿈 많던 친구들은 여전히 꿈이 많을까. 그리고 꿈과 얼마만큼 닮아있을까.


꿈은 이뤄질 수 없기에 ‘꿈’라 부르는 걸까.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인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라는 화려한 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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