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책방

028. 개미책방

우린 개미가 먹이 저장소를 찾듯이 개미책방을 틈날 때마다 찾아 갔다.

책을 빌리는데 기존 도서는 200원, 신간은 300원.

늦으면 연체료도 있었기에 잃어버리지 않는 한 늦는 법이 없었다.

돈이 있을 땐 빌리기도 했지만 돈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는 책을 고르는 척 하며 거기서 후다닥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3권을 빌려야 할 때 1권을 거기서 고르는 척 하며 후다닥 읽고, 나머지 2권만 빌려서 비용을 아꼈다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빌려보다 보니 가끔은 전에 빌려 본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했다.

연필로 낙서를 해 놓은 만화책, 야릇한 장면이 찢겨진 만화책 등등.

가장 짜증날 때는 주인공의 죽음 같은 결정적인 장면을 누가 찢어놨을 때였다.

그래도 흔적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끔은 안타깝게도 1권, 2권, 6권, 7권... 중간을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비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빈 권을 빌리려고 며칠 연속 책방을 찾아갔던지.

시간이 흘러도 누른 빛깔의 만화책과 그 질감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잊고 살던 추억이 생각나 찾아 간 그곳에는 개미책방이 보이지 않았다.


좁았던 세상에 상상력을 불어줬던 책방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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