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어린이였지

001. 어른들은 어린이였지

밤공기가 차다.

하늘에 닿아야 할 사명이라도 타고난 듯 치솟은 회색빛 건물들

정해진 신호에 맞춰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들

거리마다 빛나는 화려한 네온사인

담배연기로 한숨을 감추는 사람들

비틀대고 싶어 술에 취한 사람들


가만히 서서 바라보면 취한 건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난 무엇을 위해 여태껏 살아왔고 이 낯선 도시에 서있는 걸까.

생각을 정리하려 그저 걷는다.

단단한 콘크리트 길.

땅이 느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벽면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지.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어.’


아. 가슴속에 스위치가 탁 켜진다.

어린 내 모습,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꿈 많던 친구들은,

세상이 넓다는 걸 알려준 자전거는,

약속의 장소였던 놀이터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책방은


여전히 잘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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