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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

066. 연날리기

3학년 학생들이 시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실감나게 배울 수 있도록 시립박물관 체험학습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몽땅 취소가 돼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사제동행 데이트로 4명의 학생들이라도 데리고 박물관 데이트를 떠났다. 

다른 학생들은 데이트로 자전거를 타거나 공연 감상을 하고 그랬는데 왜 자기들만 박물관이냐고 말할까봐 미리서 연날리기도 할 거라고 얘기해뒀다.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마침 박물관은 휴무일이었다. 하하하하하. 망했다.     

 

굳게 닫힌 문을 흔들어대는 녀석들을 보는데,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이 있으니까 다행이라며 박물관 마당에서 연을 날리자고 했다. 

2명씩 짝꿍을 이루고 연을 한 개 씩 줬다. 

 

다다다다다. 열심히 달렸다. 연은 닭처럼 잠깐 날고 땅에 콕 박혔다. 

바람이 문제였다. 동쪽에도 아파트, 서쪽에도 아파트, 남쪽에도 아파트, 북쪽에는 박물관. 

결국 연날리기는 연 들고 달리기가 되었다. 이것도 망했다.     

 

“선생님 우리 데이트 망한 거 같은데요.”

 ‘그래, 말 안 해도 안다. 녀석들아...’


결국 박물관을 떠나 우리 지역에서 그나마 높은 사직공원 전망대로 이동했다. 

비록 연 날리기는 실패했지만 높은 전망대에서 도시를 바라보던 녀석들에게 연의 시(視)를 선물했다.     

 

다행히도 전망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갑자기 바람이 불어 연은 얼마 동안 날았다. 

하늘이 아이들에게 준 선물 같았다.         

 

돌아가는 길, 녀석들의 실망을 메울 수 없어서 한 곳 더 데이트 떠난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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