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그 어려운 평행선

목적이 있는 만남

by 순수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가 진심이 될 때 관계는 깊어지고,

목적이 될 때 관계는 평행선 위를 걷는다.


"김선생 공부 좀 더하지 않을래요?

논문을 써봤으니까 우리 학교에서

내가 지도해 주면 공부 끝나고 강의도 좀 하시고

아무래도 아직까지 사회적인 정서상 박사는 졸업해야 커리어를 쌓아가지 않겠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교수님

그리고 저는 공부를 더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교수님 "


"세상사 알 수 없습니다.

김선생은 아직도 젊고 앞으로 어떤 기회가 또 다가올지도 모르고요"


"교수님 말씀은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나이에 학교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걸요.

진짜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거든요.

지금 제가 박사학위가 필요하진 않아요 교수님"


난 웃으며 얘기했다.

교수님은 아쉬운 듯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30대 때 직장에서 직원교육을 위해 초빙되었던 교수님과,

교육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나는

교육이 끝나고도 간간이 연락을 했다.


그 인연이 벌써 몇십 년이 되었다.

명절 때 가끔 안부인사를 나누는 인연에서


교수님이 칼럼을 쓰면서

계속 링크가 전달 되었다.

이어 블로그에 매일 한편씩 글을 포스팅하며

그 이어짐이 해를 넘기고도 하루를 빼지 않고 매일 쓰셨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수님의 그 글을 매일 읽는 것보다

'언제까지 매일 글을 쓰실까' 가 관심사였다.

심리학 이론을 접목해 글을 쓰며

거기에 덧붙여 사진과 그림들 까지.


처음엔 교수님의 열정이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켰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

...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매일 하루같이 어떻게 그렇게 글을 쓰시나

존경의 마음과 그 비결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식사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참 반갑고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교수님의 매일 글쓰기 비결은

모 방송국에 교육심리학 전문가 패널로

일년 동안 출연하면서, 모든 이론을 정리해 둔 게 있어

그것을 토대로 매일 글을 쓴다 했다.

아직도 글감은 넘치도록 있다 하시며.


거기까지는 다 좋았다.

식사를 하며 따뜻한 조언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까지도.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교수님이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교육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하라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어떤 길이 또 열릴지 알 수 없다고.


여하튼, 그렇게 교수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집에 왔다.

남편도 교수님을 아는 터라 학교 이야기를 했더니,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말해버리는 스타일 그대로

"학생모집 하러 오셨네"


교수님은 순수한 마음으로 얘기하셨을 수도 있는데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마음 한편에서 슬며시 밀려왔다.


존경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날의 만남 이후

매일 전달되는 블로그 글도 조금 불편해지는 느낌이다.


참 묘하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존경은 여전했지만, 마음의 결은 달라져 있었다.

관계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선 위에서 방향을 달리한다.

목적이 남은 자리는

고요하나, 드러나지 않는 차가움이 관계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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