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있었다.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 이야기가,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인 듯 현철의 몸을 떨리게 했다.
벌레가 된 인간. 그 속에도 자아가 있을까.
누가 봐도 흉측한 벌레의 외형,
그러나 여전히 ‘나는 인간이다’라 믿는 내면.
이 묘한 괴리 속에서 그는 인간이면서도
인간일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변신>을 읽으며
“이게 뭐 ,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이야” 비웃던 소년은,
이제 ‘너도 벌레지?’라는 속삭임에 시달리는
사내가 되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성형외과 원장에서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 사랑을 잃은 인간.
운명은 그를 잠시 무지개 다리 위로 올려 놓았다가,
아무 예고 없이 다리 밑으로 밀어버렸다.
운명의 여신에게 항거라도 하고 싶은데 지쳤다.
이생이 이대로 간다는 생각이 그의 목을 옥죄어 왔다.
가을이 깊어가는 거리엔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제야 계절을 느꼈다.
건물도, 거리도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재혼 후 당진으로 내려와 개업한 지 2년ㆍ
창문 밖 세상을 잃은 채, 살아왔다.
모든 게 낯설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
“원장님, 아직 퇴근 안 하세요?”
“아직이에요. 김 간호사 먼저 퇴근해요.”
“그럼 내일 뵐게요.”
“그래요, 수고했어요.”
현철은 인사를 하고 나가는 김 간호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가 면접 볼 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밤 근무가 싫어 성형외과를 택했다던 그녀.
잠이 너무 많아 종합병원에서 밤 근무할 때
환자에게 약을 갖다 줘야 하는데 잠이 들어버렸고,
눈을 떠보니 아침.
환자가
"어젯밤에 약을 왜 안 줬냐"며 화를 내서,
"갖다 줬는데 무슨 말하냐"며 큰소리치고
그날로 사직서를 내고.
정형외과 병동에서 진통제를 주는 것이라 다행이었지,
이러다 환자를 죽이겠다 싶어 너무 무서웠다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쑥스럽게 웃으며 ㆍ
이곳에서는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채용했다.
‘참 잘 뽑았지.’
늘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던 김 간호사.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들과 직원들을 대하던 직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스쳤다.
그러나 더는 벌레로 살고 싶지 않았다.
성형외과들이 즐비하던 서울의 번화가에서
개업 5년째 되던 해.
‘코 전문 성형외과’의 명성은 그를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중국에서도 한류스타의 얼굴 사진을 들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병원은 고속 성장을 했다.
주말이면 라이브 서저리 수술을 배우려는
해외 의사들도 한 해 평균 수십 명이 다녀갔다.
한순간의 실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니 실수가 아니라 과도한 욕심이
그를 날개 없는 추락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하다 3개월간 의사면허 정지를 받았다.
친한 선배 성형외과도,
산부인과 전문의를 포기한 채 ,
일반의로 성형수술을 하며,
진단서를 끊어주는 친구의 병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억울하기만 했다.
고객들은 소문에 민감했고 수술비용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수술을 하다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환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생겼다.
병원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의료 사고와 병원 폐업에 따른 막대한 손실에 이어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
욕망이 그를 무너뜨렸다.
병원은 폐업했고, 아내는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