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결혼해 줘서 고마워

아들의 새로운 출발

by 순수

20대 후반인 아들이 결혼을 했다.

작년에 여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한다며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엄마.

아직 아무것도 준비해 놓은 게 없는데 "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어안이 벙벙했다.

짧은 찰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그래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아들이 결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결혼이 어린애 장난도 아닌데.

진짜 결혼하려는 결심이 선 걸까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로서 얼마큼을 지원해 줘야 하는 걸까'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살아가겠다는 선언인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마음을 혼란케 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아들은

"엄마, 아빠의 도움이 없으면 난 진짜 결혼을 할 수 없는데

얼마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순간.


"결혼자금은 무조건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했던 나는 어디로 가고

증여세 면제 금액까지는 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얼떨결에 얘기를 해버렸다.


남편과 의논 없이 먼저 말해 버린 나는

"당신 생각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말 한마디로 남편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무조건 아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싶지만, 아들만 보면 그냥 다 주고 싶은 마음.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시조가 머릿속을 맴돌고.


아들이 일찍 결혼을 해 준 게 고맙다.


결혼식장에서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아들을 보며

모든 게 고마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둘이서 마음을 모아,


평생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며 잘 살겠다고 선언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했다.


서운한 마음, 허전한 마음 하나 없이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가슴 벅차게 축하하며


둘을 축복하며

10개의 치아가 다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나의 친정 고모들은

엄마가 너무 웃는 거 아니냐,

아니 엄마가 활짝 웃으니까 너무 보기 좋다며

얘기들을 했단다.


누가 뭐라도 해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며느리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 적령기보다 빨리 결혼하는

두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며


오롯이 고마운 마음만이

감사와 기쁨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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