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마음의 온도를 지켰다.

어른의 마음을 연습하며

by 순수

회사에서,

전산 담당자의 실수로 교육 수강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교육 후 평가 문항이 확인되지 않고,

차시 강의가 끝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등

여러 오류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전산 담당 직원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서버 자체의 문제였다"는 변명을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사업장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거듭거듭 사과 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 역시

의례적 멘트가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 진심이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직원의 입장을 헤아리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조용히 삼켰다ㆍ


사업장에는 더 이상 불편이 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뭐든지 찾아보자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설명하고 조율하느라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길을 찾았을 때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30대 중반까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교육 관련 커리어를 쌓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큰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 역시 아이들이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길 바랐다.


그 선택 앞에서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를 택했다.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큰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 전,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왔다.


낯선 곳에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그럼에도 일을 놓지 않기 위해 프리랜서ㆍ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애썼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스스로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 4년 전, 나는 다시 한번

교육이라는 익숙한 세계로 돌아와

지금의 직장에 발을 디뎠다.


늦게 다시 시작한 일이지만

나름의 만족과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



20대 후반의 대리도 입사연차만큼은 내 선배다.

직급이 높아도,

오랜 시간을 함께 쌓아온 사이가 아니기에

질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직급이 낮아도 말을 놓거나 지나치게

편하게 대하지 않는 나의 성향도 한몫한다.


그래서 오늘,

직원에게 화를 내지 않은 일,

"너무 걱정하지 말라"라고 먼저 건넨 말은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이기도 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는 걸.

내 마음을 다스리는 쪽이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오십이 넘어 다시 시작한 이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과도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배워간다.


[서울 정릉 지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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