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도 되는 나이

무모함이 아니었던 용기에게

by 순수

30대 중반, kbs 아나운서 공모에 지원한 적이 있다.

연령 제한 없다는 문구 하나만 보고 용감하게 도전했던 기억이다.


남편은 지금도 kbs 방송국 근처를 지나갈 때면

"그 나이에 무슨 용기로 지원을 했는지, 참 대단하긴 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말끝에 은근한 비웃음이 스며 있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 무모한 용기였다는 생각에 그저 웃음이 난다.


중요한 건, 해봤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 문득 그 때가 떠오른 것은

오랜 지인에게서 온 한 통의 전화 였다ㆍ


몇십 년 동안 안부를 주고 받아온

모 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님ㆍ


해외 강의 요청도 많고

박사과정 학생 지도까지 맡아

이 나이에도 여전히 분주하게 지낸다며

자랑 같기도 넋두리 같기도 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셨다.


그리고는

박사과정을 다시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

좋은 목소리를 묵혀 두지 말라는 격려.

아니면 성우라도 해보면 어떻겠냐는 조언까지.


나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연말 안부와 새해 인사까지 미리 전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껄껄 웃으며

"새해인사 1호네요"하시더니

해가 바뀌기 전에 차 한잔 하자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조용히 일렁였다.

더 늦기 전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

아나운서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릴적 꿈을 위해ㆍ


아나운서라는 꿈은

오십이 넘은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

하지만 성우의 길을 알아보는 일,

또는 유튜브에서 책 읽어주는 코너를 여는 일은

충분히 현실적인 도전일지도 모른다.


"뭘 또 그런 걸 하려고 그래. 그냥 편하게 살아 "

남편의 은근한 비난이 들리는 듯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2025년의 마지막 목표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 결심이 '신포도 법칙'처럼

행동 없는 자기 합리화로 끝나지 않도록,

오늘 밤 이 글을 통해 나 자신과 조용히 약속한다.

[지피티가 만들어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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