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기다리며 성숙해진다.
해외에서 지내는 딸이
요즘은 한 달에도 두세 번씩 한국에 온다.
올 때마다 저녁 시간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고,
떠나는 날이면 또다시 데려다준다.
남편은 이제 다 컸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면 되지,
왜 매번 그렇게 가느냐며 힘들지 않냐고 묻곤 했지만
나는 그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할 수 없으면 안 하겠다 했다ㆍ
작년에 딸이 해외 취업을 하고 한국을 떠나던 날.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언제 다시 만날까'싶어,
집 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
엄마로서 좀 더 잘해주지 못한 순간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때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하는 후회와 함께.
그런데 몇 달 전부터는
"동생아, 너는 직장이 서울에 있는 것 같다"라고
아들이 농담할 만큼 자주 한국에 온다.
올 때마다 나는 또 손님을 맞듯 음식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딸이 온다는 것을 알고 공항에 마중 가기 전,
부리나케 음식들을 준비해 놓았다.
'배가 고플 테니 집 도착하자마자 함께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딸은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며
휘익, 바람처럼 나가버렸다.
그날 새벽까지 아무 연락도 없는 딸을 기다리며
불쑥불쑥 화가 치밀었다.
불편한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날카롭게 자란다고 하던가.
엄마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한 딸의 행동이 서운하고 섭섭했다.
성인이 된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보살피고 돌봐줘야 할 아이가 아니라
독립된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과도한 개입 대신, 믿고 지켜봐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어렵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돌아온 딸에게
"피곤할 텐데 얼른 자라"고 말하며
나는 또 한 번 내 마음을 다스렸다.
딸은 떠나기 위해 자라고
엄마는 기다리기 위해 성숙해지는 걸까.
좋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이제 가르치는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옆에 서는 자리에서,
나 스스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되새긴다.
딸은 지금 자기만의 세계를 건너는 중이다.
그러니 나는,
딸을 한 사람의 성인으로 존중하며,
조언은 딸이 원할 때만 선택지를 가볍게 말하는 방법으로 충분하리라.
딸을 사랑하는 내 마음과 행동이
간섭이나 통제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하며
딸의 기억속에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로 남고 싶어 애쓴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