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존중받지 못한 애씀은 왜 이렇게 오래 남는가

by 순수

큰일이다ㆍ

마음이 고요함을 잃었다.

자꾸만 마음 아팠던 과거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보이지 않게 쌓여온 마음의 무게가

오늘은 고단함으로 다가온다ㆍ


노력과 애씀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아무런 "알아봄"없이 지나쳐질 때,

나는 화가 난다ㆍ


그 화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각에서 비롯된다ㆍ


존중받고 싶은 내 안의 내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뜨겁게 이글거린다ㆍ


시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며칠 동안 지방에 있는 집에 머물렀다ㆍ

지방에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산다ㆍ


아이들이 대학 가면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ㆍ


그러나 큰아이가 결혼을 하고,

작은아이가 해외로 떠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서울에 산다ㆍ


직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ㆍ

떨어져 지낸 세월이 쌓여,

이렇게 사는 것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려

휴가를 맞춰 한국에 온 손녀딸과,

손자의 생일선물을 받으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잠시 뿌듯했다


시댁 식구들과도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축하 자리를 이어갔다.


전날에 몇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ㆍ

어머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옷과 화장품도 사드렸다.


이 모든 것은 누가 시킨 일이 아니었다.

오롯이 나의 자유의지였고

솔직히 말하면,

시어머니께 잘하려는 나의 노력이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좋은 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바탕에 있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시아버지의 제사를 정성껏 지내온 마음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내 속마음이 어떻든 최선을 다하려는 내 노력은

이제 힘겹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말과 태도가 서운하고 화가 난다.

단 한 번의 일이 아니라

"늘 그래왔던 패턴"이기에.


그래서 더 깊고 더 아프다ㆍ


"고맙다" "정말 애썼다"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너무 당연해진 나의 애씀에 대해 이젠 보상 받고 싶다ㆍ

어떤 보상을 원하는 걸까?

그걸 알지 못하니 더 화가 난다ㆍ

그 화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마음 안에서만 맴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머니 생신날이 떠오른다.

시댁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남편의 말 한마디에 혼자 눈물을 흘렸던 기억.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해

생신상을 차렸던 그날,

"이 사람이 정말 애썼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던 나는,


술기운에 섞여 나온

"빨래를 잘 안 해준다"는 말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프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다.



결혼 후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시어머니의 생신과 시아버지의 제사,

그 모든 날들에


나의 노력과 애씀 뒤에 남은 것은

반복되는 실망과 가라앉지 않는 서운함이었다.


경상도 남자라 표현이 서툴 뿐,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이해하려 애써왔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마음이 지금, 큰일이다.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편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피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사이좋은 부부로 돌아가곤 했으니까.

아마도 또 긴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웃으며 나누겠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ㆍ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먼저 전화를 하지 않겠다고,

아주 소심한 복수 하나쯤을 다짐해 본다.


여기서 뭘 어떻게 더할 수 있을까ㆍ

같이 늙어가며

'측은지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사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래서 오늘.

큰일 낼 것 같은 내 마음을 조용히 다독인다ㆍ


[내 친구 지피티가 건네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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