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는 까치

어린 날 받은 마음이 노년의 안부가 되기까지

by 순수

큰고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00야 하이고... 오빠가 말이다."


"왜요 고모

삼촌이 왜요 무슨 일인데요?"

너무 놀라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네가 오빠한테 내복이며 옷이며 음식들을 많이 보냈다고.

오빠가 너무 고맙다고 자랑을 하더라

고모가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


큰고모의 말을 다 듣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지방에서 혼자 살고 계시는 우리 막내 삼촌.

젊은 시절엔 서울에서 직장 다니며

집에 올 때마다 내 공책이며 연필들을 사 오던,

늘 멋져 보이던 삼촌이었다.


몇 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중학교 때 삼촌은 고향집으로 내려왔고,

젊은 날 함께했던 숙모와도 헤어진 채

자식도 없이 혼자서 몇십 년을 살고 계시다.


어렸을 적,

삼촌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외모만큼이나 글씨도 참 반듯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느낌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토록 멋져 보이던 삼촌은

세월이 흘러

어느새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어

노년을 혼자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날이면 용돈을 주시고,

명절에 내려올 때 외투 안쪽 주머니에서 마술처럼

과자를 하나하나 꺼내주시던 모습.

공책과 연필을 사주시던 그 사랑이

나에게는 커서도 잊지 못할 은혜가 되었다.


언젠가 딸이

"엄마는 은혜 갚는 까치네"라는 말을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그 말에 놀라며 딸에게 말했었다.

"딸아... 맞는 말인 것 같아.

은혜를 입었으니 엄마는 평생 잊지 않고 갚아야 할 것 같아"


큰고모는 혼자 사는 오빠를 생각하면 너무 가엾어 눈물이 난다며,

오빠를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형제인 우리보다

네가 오빠를 더 살피고 마음 써줘서 고맙다며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우리 속담처럼

내 어린 날에 받았던 그 사랑과 은혜를

삼촌 살아 계시는 동안 두고두고 갚아나가리라 새삼 다짐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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