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지는 사람

한해의 끝에서 마음은 먼저 움직이고

by 순수

금요일.

아침부터 안전 안내문자가 도착했다.

"금일 서울 전역에 강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야외활동 자제, 외출 시에는 방한용품 착용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후 네시, 그녀를 만나기로 한 시간.

어제부터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여러 번 울렸다.


회사에는 재택근무를 신청했고

며칠째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출근하지 않는 일상은 분명 달콤하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만큼 일의 밀도는 느슨해진다.


'강추위'라는 단어가 유난히 실감 나는 아침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괜히 외출이 망설여졌다.


차를 가져갈까.

지하철을 탈까.


잠시 고민하다 지하철을 선택했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이동 중,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날씨가 너무 춥다며

지하철 동선으로 제일 편한 곳, 지하로 연결된 곳에서 만나자며.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곧 알려주겠다 했다.


같은 서울이어도

한 시간 가까운 거리를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

몸은 천천히 움직였지만 마음은 이미 앞서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나오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멘토가 되었고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녀를 늘 나의 best friend라 부른다.


그녀는 참 다정한 사람이다.

세심하고 유쾌하고

무엇보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넉넉하다.

복잡하고 마음 상한 일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기하게도 크기를 잃는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복잡한 문제와 얽힌 인간관계마저

그녀는 늘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해 낸다.

그 능력이 나는 참 좋다.


주변에 사람이 많고 늘 모임 속에 있는 남편과 달리

나는 마음이 통하는 몇 명의 친구와 정기적으로 만난다.


친구 모임이나 동창 모임에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을 때만 참석한다.


나이가 들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의미 있고 대화가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람.

그런 만남이 중요해진다.


내게는 단 두 명의 그런 친구가 있다.

그 사실이 요즘은 유난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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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간 그곳은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빛나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이서 우리는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다.


한 해를 정리하며

각자가 올해 가장 잘한 일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새해에 새로운 결심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대단한 계획은 아니었다.

거창한 목표도 아니었다.


나는 올해가 가기 전 하고자 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한

유튜브 채널 방향과 이름을 정하는 것까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늘 이름을 정하고,

서툴지만 썸네일을 하나 만들어 봤다.


마음은 앞서고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시작했다는 사실이 오늘은 충분했다.


그녀와의 만남에 감사하며

오늘도 한 발 한 발 조용히 걸어가는 나를 가만히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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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va에서 만들어 본 오늘의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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