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자유로워질 때

꾸준함의 미학

by 순수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올해 계획에 포함되는 영어공부하기.

하다가 중단. 하다가 중단이 반복되다가

드디어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영어공부 앱을 만났다.


"엄마도 영어 정말 잘하고 싶다.

영어공부 해야 되는데.."

"말만 하지 말고 하면 되잖아 엄마

내가 좋은 앱 알려줄게.

나 지금도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업무 관련 시험 보기 때문에

이 앱 통해 꾸준히 영어공부 하고 있어"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딸이 어느 날

나에게 한 말이었다.


"정말?

어떤 앱인데

엄마 나이에 다시 영어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아.

엄마도 해보려고 하는 거 너 봤잖아.

너 이제 영어 잘한다고

엄마한테 그렇게 말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선 넘는 거다 "

장난반 진담반으로 딸에게 웃으며 말했다.


속으로는 딸이 정말 이제 다 컸네 생각도 하며.

이런저런 정보는 내가 딸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많은 것을 딸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며 딸이 알려줘 가입한 것이 4월인데

오늘로써 177일.

150일이 넘어가는 어느 날은

쓰지 않아 잊어버린 일어도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에 불타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딸은 한국에 올 때마다 엄마가 아직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때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한

학습현황을 보며


"엄마는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말했다.

"응 엄마 한다고 결심하면 뭐든지 꾸준하게 잘하는 사람이야.

옛날부터 그랬어"

그 말을 딸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했는데

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리액션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딸에게 듣는 칭찬이 기분 좋아

하루에 몇십 분 하던 공부를 몇 시간씩

하는 날도 늘었다.


의무감이 붙는 순간, 열정이 사라진다.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해야 하는데'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런 마음이 생기면 그때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슬며시

'오늘은 직장에서도 힘들었으니까'

'다른 일도 많이 했으니까'

오늘은 쉬어도 된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일들은 더 빈번했다.

지금까지 시작하고 끝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에서 그랬다.

이번에는 달랐다.


의무감이 아니라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고

그냥 한다.

매일매일 그냥 한다.


'맞아, 내가 원래 꾸준한 사람이었어'

마치 새로운 나를 만난 것처럼

영어와 일어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서툰 영어로 스스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

"산토리니 자유여행하기"를 달성하고 싶어 혼자,

그리스 여행 속에서 산토리니 자유여행을 했다.

영어가 자유롭지 않아 물어보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혼자 다 해결하지 못한 기억.


또 한 번은

딸과 만남 약속을 하고 시드니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던 중

직원이 가리킨 줄에서 몇십 분을 기다리다,

아무리 봐도 그 줄이 아닌 것 같아 다시 물어봐도

기다리면 된다는 답변을 듣고 또 몇십 분을 기다리다,

급기야 사무실 직원을 찾아가 항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슨..

항의였겠는가.

대충 말을 하며 모르는 단어는 파파고를 돌려 말을 해도

해야 할 말만 쏟아내고,

서로가 눈과 입만 바라봤던 그 어색함과 무안함이

아직도 나를 부끄럽게 한다.


영어와 일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

달성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이 있으니

그때는 더 자유롭고 편안한 행복감이 있겠지.


그래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해야 하는데 '

이런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매일매일 00링고를 만난다.














작가의 이전글친구의 이집트 여행과 아라비아의 로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