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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16. 2016

아무 이유 없긴

그럴 리가 없지


모든 일에는 다 순서가 있습니다. 

앞뒤, 좌우, 상하간의 순서. 줄로 세울 순서, 탑으로 쌓을 순서. 시간에 따를 순서, 행동에 따를 순서. 순리와 합리와 조리에 맞는 순서, 뒤바뀌거나 뒤집히거나 뒤섞이는 게 맞는 순서. 내 순서, 다른 이의 순서. 내가 시작해야 마땅한 순서, 내가 끝내야 마땅한 순서.


그걸 아는데도 어떤 순서들을 외면하려 들 때가 있습니다.

<도무지 싫기 때문>입니다. 싫은 데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싫습니다. 설명하기도 싫습니다. 진짜 이유가 알려지면 “철 좀 들어!”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습니다.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원하는 게 아니어서, ‘느낌’이 아니어서 싫은 것들. 꼬치꼬치 캐묻지 마세요. 생각난 대로의 대답들이 쏟아져 나와 사실을 뒤덮기 전에.


싫은데 좋다 할 수 없고, 싫은 게 괜히 좋아질리 없습니다.

싫으면 정말이지, 시집가야 합니다. 가서 저 좋을 대로 살아봐야 합니다. 애도 낳고, 지지고 볶으면서, 좋을 대로 살려고 해도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그런다고 뭐가 더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순서를 배우게 됩니다. 제대로 따라 가게 됩니다.


*

싫으면 하지 마세요.

하면서 싫어하지 마세요.

자신 뿐 아니라 모두가 억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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