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Oct 23. 2015

둘 : 꽃과 벌

MOON RIVER & ME

  

인생의 따뜻한 봄날이었어요.

쌩쌩 달려도 젊어 숨차지 않던 때에

들판에서 혼자 놀곤 했었지요.     


어느 날은 꽃과 벌,

둘이 대화하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어요.

살짝 엿듣기도 했지요.     


꽃은 한들한들, 벌은 붕붕거리며

내가 가까이 다가간 줄도 모르고

재미나게 얘기를 나누더군요.     


들어보면 뭐, 사소한 수다.

이를테면 가족 얘기, 산너머 동네 얘기,

계절 얘기, 날씨 얘기 같은 거.     


나중에야 스친 생각인데,

둘은 늘 아무 짓도 안하는 듯하면서

세상을 통째로 바꾸곤 했어요.     


가슴 터질 듯하던 시절이었어요.

싱싱한 꽃 한 무리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어요.     



*

눈 잘 뜨고 볼 때는 못 보는 풍경이 있어요.

세월도 좀 지나고 머릿속에서 몇 번 빙빙 돌고 나서

떠오를 때에야 제대로 보이는 풍경.



작가의 이전글 네모난 틀 밖에 남겨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