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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Dec 18. 2019

마음 부스러기

현장 수습


마음, 부서진 자리로 생채기가 나서 비가 새고, 한숨이 깃들고, 볼수록 아파서 싫을 때가 있다. 싫어도 수습해야 할 때가 있다.


바닥을 살펴 마음 부스러기들을 회수한다. 작은 것 하나까지 전부 줍는다. 잠시 바닥에 떨어져 있을 수는 있어도 버려질 만큼 싼 거, 아니라고 믿어본다. 그다음, 해 잘 드는 데에 펼쳐놓는다. 어두울 때 뭔가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도록, 잘 말린다. 밝은 데서 활동해 온 만큼 밤에는 많이 자기로 한다. 그다음, 잘 닦아서 부서진 자리 옆에 놓는다.


그뿐이다. 마술을 부려 그걸 다시 어쩔 순 없다. 새로운 사람이 와서 조금씩 붙여주든가, 새살이 돋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깨끗이 잊어" "힘 내" 같은 속성 비법이 있다지만, "누가 그게 된답디까" 같은 부작용도 있어서 어렵다. 격려와 처방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이제, 상처난 마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으면 차라리 계속 잔다. 억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 마음 부스러기들은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서 남겨둔다. 버린다고 잊어지거나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니까. 또 어쩌면 부스러기들이 당신을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2019.12) 찰칵~~힐링 인사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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